종종 `스타트업 취재하면 뭐가 가장 좋아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대답은 이렇다. `건강한 에너지를 받습니다.` 만나는 스타트업 모두 다른 비전과 목표를 얘기한다. 기자가 받는 느낌은 같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현재를 즐기며 성공하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이들과 만남은 기분 좋은 일이다. 말뿐이 아닌 몸으로 발산하는 열정과 패기에서 젊음을 느낀다. 30대 중반에 불과하지만 어르신들의 `기 받는다`는 말을 이해할 것도 같다.
확신 있고 즐거운 일이지만 창업이 어찌 늘 탄탄대로일까. 가끔 지친 청년 창업자 얼굴을 대하곤 한다. 얼마 전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한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조금은 지친 표정이었다. 오랜 시간 준비한 서비스인데 초기 정착에 애를 먹고 있었다. 생각만큼 사용자는 늘지 않고 마케팅은 쉽지 않았다. 개인적 악재도 겹쳤다. 도둑이 들어 소중한 많은 것을 잃었다.
창업을 위해 졸업도 미루고 모은 돈 모두를 회사에 넣었다. 한 회사의 CEO지만 동시에 단칸방 자취생이었다. 쉽지 않은 창업과 개인적 악재.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도 그는 곧 웃음을 보였다. “오늘은 푹 자고 내일부터 다시 파이팅해야죠.” 긍정의 에너지를 남기고 그는 지하철에서 내렸다.
뒷모습을 보며 다른 스타트업 대표가 떠올랐다.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창업은 쉽지 않았다. 투자 유치가 무산되면서 금전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 역시 짧은 푸념 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어렵다고 생각할 때 해결책이 나오더라고요. 두 달만 버티면 위기를 넘길 수 있고 이후에는 속도를 낼 겁니다.” 그가 말한 두 달이 지나갔다. 그는 슬기롭게 위기를 돌파 중이다.
최근 읽은 소설에 “부모는 아무리 어려도 부모 얼굴을 하고, 자식은 아무리 늙어도 자식 얼굴을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을 조금 바꾸면 “대표는 아무리 어려도 대표 얼굴을 한다”쯤 될 것 같다. 힘들어도 긍정 에너지를 내뿜으며 꿈을 말하는 얼굴이 바로 스타트업 대표의 얼굴이다. 앳된 얼굴에는 무거운 책임감과 불굴의 의지도 녹아 있다. 그 얼굴에서 꿈을 향한 흔들림 없는 열정을 느낀다. 성공, 실패를 떠나 열정적으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기자 역시 긍정의 에너지를 담아 응원의 말을 전한다. 힘내라 청춘! 힘내라 스타트업!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