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좌담회]`IT 혁신`, 손톱 밑 가시를 뽑는 게 먼저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창조경제가 가장 핵심적인 국정 목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일자리로 이어지는 시대를 꿈꾼다. 창조경제 시대의 두 축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T)다. 창조경제 시대가 성큼 다가왔지만 IT산업에도 여전히 혁신과 발목을 잡는 보이지 않는 규제가 넝쿨처럼 얽혀 있다. 산업 혁신과 발전을 발목 잡은 `손톱 밑 가시`가 그것이다. IT강국이라고 불리는 우리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진단했다.

# IT강국의 현주소

◇사회(강병준 전자신문 벤처과학부장)=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IT와 인터넷에 관련된 불합리한 규제가 아직 많다. 새 정부에 바라는 정책적 제언에 초점을 맞춰 총론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보는 IT강국 현주소를 이야기해 보자.

◇김진형 KAIST 교수(앱센터운동본부 이사장)= IT강국은 정치적인 구호다. IT 인프라는 분명히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콘텐츠나 소프트웨어(SW) 등 인프라 위에 올라갈 것이 잘못 움직이고 있다. 해외에서도 ICT인프라가 산업 바탕을 깔아주면 그 위에 콘텐츠와 SW가 올라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프라 사업자가 아직 IT산업을 딱 버티고 있다. 통신 산업 중심의 IT강국이다. 정부조직 개편도 통신이야기만 한다. 통신과 콘텐츠, SW는 다른 차원에서 다뤄져야한다. 무형 자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 인식 부족 상태서 출발하니깐 잘 안되는 것이다.

◇조산구 코자자 대표= IT가 무엇인지, 강국이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봐야한다. 사실 인터넷 강국이다. 바닥(인프라)만 언급되고 있는데 진정한 IT강국은 콘텐츠와 SW에 주목한다. 구글, 페이스북이 대표사례다. 아직까지 진정한 IT 강국은 아니다. 다만 잠재력을 갖췄을 뿐이다.

진짜 IT 강국이 왜 중요한지 사회는 제대로 모르고 있다. IT 전문가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전문가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이건 가려내야할 부분이다. 전문가도 없고 IT도 잘 모르니 단어만 밖에서 가져온다. 실리콘밸리가 뜨니 실리콘밸리를 만들자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기꾼`만 모여들 뿐이다.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IT강국보다는 `정보 쇄국`에 가깝다. 구한말 쇄국 정책을 펼치는 모습과 유사하다. IT관련 수많은 규제가 자유로운 창의성과 기술 발전을 어렵게 한다. 청년 벤처가 각종 규제 비용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정보쇄국은 갈라파고스 같은 개념이다.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정책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개인정보이용 동의 등 규제가 많다보니 글로벌 서비스로 나아가지 못한다. 해외 기업도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전례없는 규제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진입이 어렵다. 서비스도 국내용, 국외용 따로 만들어야 하는 판이다.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웹 운동가)= IT강국이라는 슬로건을 뒤집어보자. 그안에는 보호주의, 국수주의, 애국주의가 담겨있다. IT 강국인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 실체에는 우리 정부가 산업을 지원하고 외국 경쟁자가 못 들어오게 하는 편파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다. 쇄국주의처럼 세계화와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안보논리, 보안논리를 앞세워 합리적으로 납득가지 않는 족쇄를 채우는 분야가 많다.

대표 사례가 `한글` 워드프로세서다. 정부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보호하는 SW다. 학교와 공무원들 사이에서 무조건 사용하라고 강요되고 있다. 기술 경쟁에 반하는 정신이다. 울타리를 친다는 생각은 세계를 무대로 하는 인터넷 시대에서는 피해야 한다.

◇박기오 웰게이트 대표(IT벤처포럼 의장)=IT 강국인 건 맞다. 국민 대다수가 초고속 통신망을 사용한다. 이동통신기기 보급, 반도체 성장 등 IT강국이라 부를만한 좋은 인프라를 갖췄다. 그러나 그 안에서 좋은 기회는 찾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도 가지지 못한 인프라다. 우리는 인프라를 가지고 콘텐츠, SW를 만들어 세계화 시켰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쳤다. 그래서 기회를 잃은 것이다. 국내 시장이 너무 작았던 이유도 있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작은 기업, 벤처에는 인재가 없다. 활로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생태계를 개선해야 한다.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와 창업으로 사업화 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세계적 IT 기업이 나온다.

# 산업 진흥을 막는 `손톱 밑 가시`

◇사회=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현장에서는 IT 관련 규제가 많다고 느끼고 있다. 산업 진흥을 위해 정책적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산업 진흥을 막는 `손톱 밑 가시`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SW 분야부터 점검해보자.

◇김진형= SW가 무형자산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정부 발주 사업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SW 개발관련 사업은 회계 연도주의 때문에 1년 안에 끝내야 한다. 한해 예산이 전년 11월 경 국회서 확정난다고 하더라도 정부에서 집행하는 사업은 대부분 6~7월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더라. 그리고 11월에 개발 사업을 다시 끝내야한다. 상반기에는 일이 하나도 없고 하반기에 일이 몰려있다.

간단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다년도 회계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R&D 경우 다년도 회계로 가지만 아무리 건의해도 IT 분야는 잘 안됐다. 보통 개발자가 2년을 요구하면 정부쪽에서는 1년 안에 끝내라고 한다. 그러나 체감 시간은 절반이 아니라 3분의 1이 줄어든다. 품질 좋은 SW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다.

◇김기창= 올해부터 SW산업진흥법이 발효됐다. 정부 발주 사업에서 대기업이 빠지게 됐다. 중소기업이 그 자리에 들어온다. 정부가 지금까지 대기업에 매달렸던 이유는 사업이 뒤집어졌을 때 책임 소재 때문이다. 일단 `대기업에서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했지만 사업 현장에서는 실제 작업은 하도급에서 다했다. 그래서 SW 진흥법으로 정부 발주 사업 대기업 배제한 것인데 위험부담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SW산업진흥법이 통과되니깐 전자정부법에서 대기업이 들어 올 수 있는 뒷구멍을 열어뒀다. 논리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라 대기업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일관적인 정책방향이 없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구태언= 대기업과 중소기업과 관련해 법적으로 지나치게 공정하지 않은 제도, 법은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법원, 헌법재판소에서 효력이 무효화 될 수 있겠지만 명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중소기업을 살리자` 같은 것이 대표 사례다. 일부 경쟁체제에서 불합리하더라도 철폐하기 힘들다.

획일적인 규제가 많은 불합리한 현상을 일으킨다. 이건 법을 만들 때 고민해야할 문제다.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시뮬레이션 해봐야 하는데 단기적 해결책에만 집중한 법제도가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 부작용이 곯아 터지게 되는데 이때는 정부가 인식하더라도 늦은 것이다.

진입장벽을 만들 것이 아니다. 문은 가급적 열어두고 SW 개발업체가 활약하도록 해야한다. 발주처는 SW가 잘 만들어졌는지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문제점을 줄여야하는데 우리나라는 사후 심사가 제대로 안 된다. 뒷마무리가 안 되는 것이다.

# 인터넷은 갈라파고스섬

◇사회=정부가 인터넷 비즈니스에 많이 관여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IT 산업에서 규제로 인한 피해는 어떤 것이 있는가.

◇정혜승 다음커뮤니케이션 대외협력실장= 인터넷 정책의 목적은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과 산업 진흥 두 가지다. 대표 사례로 청소년 보호를 들 수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폐지됐다. 그러나 청소년 확인을 위해 휴대폰 인증을 하는데 부모 아이디를 도용하거나 거래하는 상황까지 왔다. 룰이 도덕적 원칙을 저버리도록 가르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한다. 정책 목적에 맞는지 돌아봐야 한다. 청소년 인증의 경우 청소년이 정책을 비웃게 만든다. 구멍이 뻔히 보이는데 규제만 외치고 있다. 목적에 맞는 일인가.

산업 진흥적 관점에서도 문제점은 발견된다. 휴대폰 인증을 하려면 해당 업체에서는 건당 60원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한 부처에서는 아이디 도용이 늘어서 브라우저에 들어갈 때마다 인증을 하면 된다는 가이드를 내놨다. IT업체에서는 비용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법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다보니 법률 해석도 애매하다. 위법으로 조사받다가 무혐의를 받은 경우도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 규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 벤처에서는 견디기 힘들 수 있다.

◇정재훈 구글코리아 정책팀 변호사= 우리나라에서는 혁신을 위한 환경조성이 힘들다. 진입장벽과 규제가 너무 크다. 신고제, 허가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구글 월렛, 페이팔, 아마존 등 지급 결제를 국내 시스템에 도입하려면 등록 받아야 한다. 지도데이터를 해외에서 쓰려면 국토해양부 장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비스 하나를 하기 위해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해외 업체를 떠나 국내에서 해외로 진출하는데도 장벽으로 작용된다.

기술 중립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인 인증서·액티브엑스 등 특정 기술만 강요하는 시장이다. 규제·보안·안보란 규제 때문에 스타트업이 혁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런 규제가 없어져야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에 나갈 수 있다. 해외 기업도 국내 들어와 경쟁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하나 해소하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게 되고 서로 오가지 못하니 소비자만 피해 받는 것이다.

성인 인증도 사실상 본인 확인이 힘들다. `본인이 성인임을 주장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확인에 업체는 건당 60원씩 지불해야 한다. 비용을 다 통신사에서 가져가니 통신업체 진흥이다. 쓸모없는 비용을 스타트업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조산구= 믿지 못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이슈다.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준법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인지 모른다. 준법을 하면 비용이 너무 커진다. 미국에서 스타트업이 훈련받는 것은 회사가 깨끗해야 살아남는 다는 것이다.

# 스타트업 창업, 공정한 시장경쟁의 사각지대

◇사회=IT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창조경제 시대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뽑아야 할 손톱 밑 가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박경신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방송통신 심의위원)=창업이 자유롭게 되려면 여러 가지 비즈니스 모델(BM)이 나와야 한다. 이를 막는 인터넷 규제도 있다. 위치기반서비스(LBS) 관련 법규도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이하게 LBS 사업자를 허가제로 만들었다. GPS 생성장비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대인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LBS와 관련된 BM을 만들면 신고를 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는 이를 몰라서 잡혀가기도 한다. 개발자를 위축시키게 만드는 규제다. 인터넷은 익명성이 생명이다. 익명성 때문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소통하려고 모인다. 사람이 모인 곳에서 BM이 창출된다. 유동 인구가 많아야 상점이 잘되는 것과 같다. BM이 활발하려면 익명성을 보장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 30조는 타인의 통신기기 사용을 금지한다. 휴대폰 실명제가 실시되는 것이다. 전파마다 이름이 붙어 있는데 모바일 산업이 성장하기 쉽지 않다. 인터넷이 공개적인 커뮤니티라 하더라도 통신은 사적인 영역이다.

◇박기오= 구조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사회적 인식 때문에 인력이 중소기업을 찾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대기업과 연봉차이가 있지만 벤처·중소기업은 잘 안되고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인식 때문에 인재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학생 등록금 100% 지원도 좋은 정책이지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도 했으면 좋겠다. 이공계가 힘들어서 안 간다고 한다.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국가 핵심 동력을 구축하려는 사람에게 무상 교육을 하면 인재가 쏟아져 나온다. 벤처·중소기업에 지원한다면 무상교육이나 국민연금 혜택 등도 고려해볼만 하다.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이런 방식으로 보전해줄 수 있다.

◇참석자(가나다 순)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웹 운동가)

김진형 KAIST 교수(앱센터운동본부 이사장)

박경신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방송통신 심의위원)

박기오 웰게이트 대표(IT벤처포럼 의장)

정재훈 구글코리아 정책팀 변호사

정혜승 다음커뮤니케이션 대외협력실장

조산구 코자자 대표

사회=강병준 전자신문 벤처과학부장

정리=

[특별 좌담회]`IT 혁신`, 손톱 밑 가시를 뽑는 게 먼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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