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펀(fun)입니다.” 형용준 미쉬팟 대표(45)는 창업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신조다. “창업에 나서는 목적은 여러 가지입니다. 가장 흔한 게 대박 아이템으로 사회적인 부를 거머쥐고 싶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직장인으로서 좀처럼 얻기 힘든 명예 때문이라는 말도 합니다. 다 좋지만 결국 창업은 즐거워야 합니다. 즐겁기 위해서는 창업 자체에 푹 빠지고 동기가 확실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벤처기업을 보면 대부분 `세상을 바꾸고 싶어 창업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꿈이 크고 명분이 확실해야 열정이 생깁니다. 그래야 창업도 보람이 있고 창업 자체를 즐길 수 있습니다.”

형 대표는 미쉬팟 대표라는 직함보다 `싸이월드 창업자`로 훨씬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인터넷 러시` 당시에 소셜 네트워크 시초로 불리는 싸이월드를 창업해 국내 인터넷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싸이월드 시절 `일촌`과 `이촌`을 맺고 `파도`를 타고 친구 다이어리를 매일 살펴보는 게 다반사였다. 도토리를 구입해 미니홈피를 꾸미고 배경 음악을 바꾸는 건 일상이었다.
대한민국 간판 인터넷 서비스를 만든 장본인이지만 형 대표는 여전히 창업 전선에 서 있다. 이인프라네트웍스에 이어 최근 미쉬팟을 설립해 `그룹틱` 앱을 내놓고 맨땅에서 다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분주히 뛰고 있다. 그룹틱은 각종 모임 주소록을 손쉽게 관리하고 업데이트까지 자동으로 해주는 주소록 관리서비스다.
“1999년 8월 카이스트 대학원 시절에 싸이월드를 창업했습니다. 주주사와 마찰로 회사를 넘겼고 곧바로 2000년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세이큐피드`를 개발했습니다. 이를 네오위즈에 매각했고 다시 주소록 관리서비스 `쿠쿠박스`를 내놨습니다. 이어 이인프라네트웍스, 그룹틱까지 얼추 10년 동안에 5∼6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으니 창업이 취미라는 말을 들을 만도 합니다.”
형 대표는 지금은 그룹틱 서비스 확대와 함께 후배 창업자를 돕는 멘토 역할도 틈틈이 하고 있다. `창업의 달인`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여전히 창업은 쉽지 않다. 형 대표는 “과거 경험을 토대로 후배에게 어렴풋하게 조언해 주지만 항상 조심스럽다” 며 “그만큼 시장 자체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형 대표가 창업을 준비 중인 혹은 창업한 이들에게 충고하는 창업 팁은 `타이밍`이다. “사업은 결국 시장과 기술 흐름, 사회적인 분위기와 맞물려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성공과 실패한 사업을 가르는 기준은 비즈니스 모델의 시의성입니다. 싸이월드도 1999년에 서비스를 내놔 2002년 후반에 빛을 봤는데 결국 뜰 수 있는 시점에 떴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싸이월드 초기 반응은 썰렁했다.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사용자 환경과 디자인도 세련되지 못해 그저 재미있는 서비스 수준이었다. 형 대표는 “인터넷 서비스에서 타이밍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정도” 라며 “문제는 언제가 뛰어들 시기인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시장과 기술, 특히 소비자 행동을 유심히 보면서 인사이트를 얻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형 사장은 그룹틱 이외에도 해외를 겨냥해 새로운 사업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이미 해외 투자사로부터 러브콜도 받아 놓은 상태다. 형 대표는 “스스로 창업DNA가 남다르다고 느낄 때가 많다”며 “비록 안정적인 직장 보다는 힘들겠지만 창업을 통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는 것도 인생에서 값진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의 주목을 받던 싸이월드 시절을 포함해 두 다리 쭉 펴고 잔 날이 없지만 여전히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