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방향성을 상실하고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간 협상의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회의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여야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정책 관할 문제로 사상 초유의 정부조직개편 지연에 따른 국정 공백은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하지만 당장의 국정 공백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일자리 창출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창조경제를 선도할 미래부 신설 등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당초 취지와는 전혀 다른 용두사미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주파수 관할을 미래부와 방통위, (가칭)주파수심의위원회로 분리하고 △IPTV는 미래부로, SO는 방통위로 이원화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의 관리·편성권을 미래부 장관과 방통위원장이 공동으로 관장하되, 6월 임시국회에서 소관사항을 분리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 합의 일보직전까지 이르렀다.
청와대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여야의 이 같은 협의는 장기적인 국가 미래보다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야합의 결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사실상 동일 서비스로 동일 시장에서 경쟁하는 IPTV와 SO를 분리한 건 여야 모두 방송통신 시장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인식 부족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는 당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상한 미래부 기능이 여야 협상으로 대폭 축소된 것으로, 미래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게 중론이다.
여야의 이 같은 시도는 본질을 도외시한 채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에만 집중한 새누리당과 새 정부 견제에만 매몰된 민주당의 야합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6일에도 대안 없는 정쟁만 반복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 타결을 위한 △공영방송 사장·이사 임명요건 강화 △언론청문회 개최 △MBC 김재철 사장 사퇴 등 3대 조건을 제시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런 것들이 지켜진다면 언론의 공정성·중립성·공공성을 담보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브레이크,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이 원망스럽다. 여당이 0.1%만 결심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제안에 새누리당은 “이미 철회했던 주장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하며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근혜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미래부 신설을 관철하지 못하는 여당은 물론이고 방송의 산업성을 외면하고 공공성만을 강조하는 민주당 태도는 모두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청와대 역할론을 주문한다.
여야가 종전과 마찬가지로 정부조직 개편을 정치적 거래로 흥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전면 백지 상태에서 미래부 기능을 재설계하고, 이후 여야가 협상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한 3월 임시국회가 8일부터 열릴 예정이지만 신속한 처리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 국회 개막 전까지 여야가 물밑협상을 통해 대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