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가속기 건설 늘지만 전문인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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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원 규모의 첨단 대형 가속기(Particle Accelerator) 구축사업을 전국 각지에서 추진 중이다.

정부 중장기 R&D 사업 내용을 보면 오는 2020년께에는 대전, 부산 등 전국에 대형가속기 7기가 구축 운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관련 전문인력 양성 사업은 전무하다. 향후 원활한 가속기 운영은 물론이고 활용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2020년 대형가속기 7기 가동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의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 구축은 사업비 4600억원 규모로 오는 2017년 완료 예정이다.

1950억원을 투입해 한국형으로 개발·구축하는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는 한국원자력의학원 주도 아래 부산 기장군에 건설 중이다. 2016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포스텍 포항가속기연구소는 4000억원 규모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사업을 오는 2014년 추진한다. 경북 경주에는 3074억원 규모의 양성자 가속기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가속기는 양성자, 전자, 이온 등 전기를 띤 입자를 강력한 전기장을 사용해 빛의 속도(30만㎞/초)에 가깝게 가속하는 장치다. 기초 물리학 실험에서 생명과학, 나노, 재료과학과 의료 및 산업분야까지 그 활용 범위가 넓다. 중이온, 중입자, 양성자 등 가속입자에 따라 가속기 종류와 기능 및 활용 영역이 구분된다.

가속기는 첨단 장비고 가속기센터는 대형 시설이다. 개발은 물론이고 센터 구축과 운영, 유지보수까지 상당수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전문인력, 수년 내 400명 이상 필요

가속기 종류와 기능에 따라 필요 인력에 차이가 있지만 대형 가속기는 대당 최소 60~70명의 관리·운영 전문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술적으로 오는 2020년 7기를 문제없이 가동하려면 400~500명의 전문인력이 필요한 셈이다.

가속기 전문가들은 “전문 인력 확보 여부에 따라 가속기 기능과 활용도까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연구·실험용 가속기와 달리 의료용 가속기는 암 등 중증 환자 치료에 투입된다. 충분한 전문 관리·운영인력 확보는 필수고 상대적으로 유지관리 인력도 더 많이 필요하다.

김근범 의료용 중입자가속기사업단 가속기개발부장은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는 향후 의료 시장을 겨냥해 2, 3호기 구축 운영 계획도 잡혀 있다”며 “현재 개발인력을 충원해야 하지만 완공 후 가동에 들어가면 더 많은 관리운영 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연계형 인력양성 프로그램 필요

문제는 개발에서 운영, 관리까지 가속기 전 주기에 걸쳐 투입할 전문 인력은 단기간에 양성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인권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는 “첨단 대형 가속기 개발이나 운영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은 없다고 보면 된다. 대학에서 가속기를 연구하는 인력이 거의 없을 뿐더러 이론상으로 배운 것과 현장 실무에 투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속기 개발 및 건설 과정부터 유관 학과 대학원생을 인턴 형태로 투입, 학점 취득과 취업을 연계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하루빨리 가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에서는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를 벤치마킹해 가속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동시에 인력 양성 기능을 겸비한 가속기 관련 의과학기술원 설립도 거론되고 있다.

손동운 부산과학기술협의회 본부장은 “전체 가속기 건설 예산의 일부분만 할애해도 향후 발생할 전문 인력 수급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해법은 정부와 가속기 건설 추진단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장기적 인력 수요를 면밀히 파악, 분석한 후 단계적으로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해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표-대형 가속기 구축추진 현황

* 출처 : 각 사업단 취합

“대형 가속기 건설 늘지만 전문인력은 없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