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클린 장관의 인사청문회

27일 국회에서 안전행정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장관 내정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시작했다. 유독 관심을 끈 것은 유진룡 문화부 장관 내정자의 청문회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재정 2% 확보를 기반으로 모든 국민이 문화를 향유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문화 융성`을 실현하겠다는 공약 때문만은 아니다. 문화부 출신 첫 장관인 점도 아니다.

바로 유 장관 내정자가 공직윤리를 강조한 문화행정관으로서 `설마 결점이 없을까` 하는 의문 에서 비롯됐다. 특히 인사청문회가 실제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능력보다 배우자와 가족은 물론이고 조상까지 `신상 털기`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잘 헤쳐 나갈지 의문이 컸다.

유 장관 내정자가 차관 시절에 정치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소신을 펼친 이유로 사임했다는 항간의 소문도 이러한 의문에 힘을 보탰다. 결과는 유 내정자에 대한 믿음을 더욱 키우는 쪽으로 기울었다.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의혹은 대부분 해명됐다. 배우자나 조상에 대한 신상 털기도 없었다. 인사청문회의 주 타깃인 병역이나 재산 의혹도 해명할 게 별로 없었다. 공직 퇴임 후에도 일절 공무와 관련한 업무를 맡지 않은 것도 큰 탈 없이 청문회 통과를 기대하는 이유다.

공직의 최고 직 가운데 하나인 차관을 지내면서 깨끗한 청백리의 모습을 보여줬다. 공직 재직 시나 퇴임 후에도 분명 유혹은 많았을 것이다. 기업이나 공기관이 차관을 지낸 공직자를 영입하면 관련 사업에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감이 큰 게 현실이다.

모든 유혹을 뿌리친 결과다. 국민의 행복과 직결된 문화콘텐츠와 체육, 관광을 책임지는 행정 수장으로서 클린 이미지를 보여준 것은 다행한 일이다. 문화부 공무원 사이 이러한 기대감은 커진다. 부처를 책임지는 장관이 `클린 장관` 이미지로 굳혀졌고 소신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만큼 부처 개별 공무원도 정책을 마련하는 데 힘이 실릴 수 있다. 또 소속 공무원의 자기관리에도 더 철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장관이 흔들리면 부처가 흔들리고 정책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관련 업계와 이를 향유하는 국민은 혼란에 빠진다. 이 점에서 유 장관 내정자는 산뜻하게 출발할 수 있게 됐다. 유 내정자는 이젠 미래 국민경제의 새 축인 문화산업을 육성하는 능력을 검증하게 될 취임 후 2차 인사 청문회도 잘 넘어가야 할 것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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