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새 정부 국정과제와 ICT의 역할

새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얼마 전 5대 국정목표와 함께 140개 국정과제를 발표한바 있다. 이 청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관심사가 국정 목표나 과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거나 제시된 목표나 과제의 구체적 실현 가능성 등을 두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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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은 좀 다르다. 이번에 제시된 국정 목표와 추진기반, 그리고 국정과제는 우리나라가 처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 국가 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한 중요한 사항을 빠짐없이 망라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많은 목표와 과제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실천하기 위한 유기적 연계나 체계적 통합이 제대로 나타나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국정과제 간 잠재적 중복 가능성과 실천을 위한 목표 상호 간 연결 고리가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다. 새 정부 주역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야만 제시된 목표와 과제가 단순한 말잔치를 넘어 실질적으로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 증진을 위해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인수위가 발표한 신뢰받는 정부의 추진기반 전략을 살펴보면 `개방·공유·협력을 통한 정부 3.0 달성`과 `깨끗하고 신뢰받는 정부 구현`을 담고 있다. 오늘날 국가 운영과 발전은 무엇보다 여러 주체의 다양한 의견 수용과 다수 주체 간 정직성을 토대로 한 협력에 달려 있음을 감안해 볼 때 이는 당연하고도 필수적인 사항이다.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많은 과제를 체계적으로 성취해 나가려면 새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구상이 필요하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중요성과 역할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국가발전과 국민복지 향상을 위해 다양한 국가 사회 인프라를 떠받치고 있는 인프라 중의 인프라로 첨단 정보통신기술들(ICTs)의 개발과 확보에 국가적 차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정보사회평가(MIS 2012) 지수인 ICT개발지수(IDI:ICT Development Index) 순위 등에서 보듯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사회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인터넷 망이나 휴대폰·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등 일부를 제외한 ICT 수준이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에 한참 뒤처져 있다. 더구나 지난 5년간 새 기술이 속속 등장하는 ICT분야를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핵심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과 격차가 점점 커져가고 있는 게 오늘 날의 현실이다.

문제는 나라의 ICTs 수준이 뒤처지면 ICT가 떠받치고 있는 각종 국가·사회 인프라 수준이 떨어지게 되고 산업 경쟁력도 약해진다. 국민 삶이나 복지 수준도 열악해 질 수밖에 없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국가 산업 경쟁력 제고를 비롯한 사회 인프라는 물론이고 국민 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는 ICT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과 그 기술의 외부효과가 매우 커 특정 기술개발로 개인이나 기업이 큰 이익을 도모하지 못하면 자칫 기술개발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시장 원리에만 맡김으로써 제 때 필요한 기술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하면 국가나 사회 전반의 경쟁력 약화나 생활수준 저하를 가져오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 하면서 새 정부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 목표와 과제를 보면 과학기술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과 문화, 그리고 사회 안전과 통합 분야에 이르기까지 ICT를 사용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ICT가 국가나 사회, 그리고 개인 삶에 그 만큼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광범위한 파급 효과와 시장원리에 따라 충분한 공급을 담보할 수 없다는 ICT의 공공재적 특성, 그리고 국가 미래 발전과 국제 경쟁력 제고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본다면 주요 선진국이 앞 다퉈 ICT 분야에 예산과 노력을 쏟아 붓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이제 지난 5년 간 시끄러웠던 대운하 논쟁은 훌훌 떨쳐 버리고 이미 확보된 ICT와의 융합발전 전략을 뛰어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최첨단 ICT를 우리나라가 가장 빨리 개발·확보해 국가와 사회 모든 분야의 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이끌어 가도록 해야 될 때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국정운영을 하게 될 것이다. 그 동안 박 대통령도 큰 관심을 보이며 여러 차례 ICT 중요성을 역설한 만큼 이제 그러한 구상이 보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정책으로 실현돼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견인하는 원동력이 되길 고대한다.

박기식 ETRI 책임연구원·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 kipark@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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