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성공 10대 키워드]<3>글로벌 퍼스트무버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의 도약은 창조경제의 출발점이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는 우리 경제와 산업 발전 구조를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로 탈바꿈하자는 데서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 후보 시절 창조경제론을 처음 발표했다. 당시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앞선 나라를 쫓아가는 전략으로 오늘의 한국 경제를 만들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기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운을 뗀 뒤 이를 제안했다.

다른 나라를 따라가는 `추격형` 경제에서 다른 나라를 앞서가는 `선도형` 경제로 전환 선언이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까지 이 기조를 일관되게 강조했다.

박 대통령 지적대로 과거 우리 경제와 산업 전략은 빠른 추격자였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 산업이다. 지난 2008~2009년 불어닥친 애플 아이폰 쇼크는 피처폰으로 쌓아온 우리 휴대폰 산업에 충격타를 가했다. 새 시장을 만든 애플에 휴대폰 업계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대로 우리 휴대폰 산업이 변방으로 전락할 위기였다.

꺼질듯 했던 국내 휴대폰 산업은 예의 빠른 추격자 전략을 다시 가동했다. 불과 2~3년 사이 기운을 되찾았다. 어느새 삼성전자가 세계 휴대폰 시장 1위로 등극하는 등 부진 탈출에 성공했다.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은 애플이었지만 지금 시장의 중심엔 삼성전자가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 빠른 추격자 전략의 맹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애플이라는 퍼스트 무버에 선수를 뺏겨 진통을 겪는 사이 국내 중소 휴대폰 업체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모바일 솔루션 업계도 몇몇을 제외하고 높은 파고를 견디지 못했다. 업종을 바꾸거나 문을 닫았다.

맷집이 좋은 대기업이야 버티며 추격 기회를 잡았지만 힘없는 중소기업은 대열에 끼지도 못했다. 전후방 산업을 아울러야 할 생태계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추격에 성공한 삼성전자조차도 수익성은 애플에 뒤진다. 우리 경제와 산업 구조를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선도형으로 나아가려면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기존 사고 틀을 깨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정책과 비즈니스 행태를 고수해선 글로벌 퍼스트무버 도약이 요원하다.

먼저 과거처럼 양적인 성장률을 높이는 데 매달려서는 안 된다. 인적자본과 정보통신·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질적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 박 대통령도 “토목 기반의 단기 성장이 아니라 지식 기반의 지속가능한 중장기 성장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정보통신기술(ICT) 역량과 스피드 파워를 십분 살리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간 소홀했던 지식재산에 대한 관심을 높여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기반을 다져야 한다. 지식재산 분야 경쟁력은 우리가 전에 없던 시장을 열어나갈 힘이다.

퍼스트 무버 전략이 비단 새로운 산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주력산업도 탈바꿈할 수 있다. 소재·부품과 뿌리산업도 단기적인 시장 수요 대응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내는 시장 선도형 품목 발굴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소장은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려면 우리 ICT 경쟁력을 기반으로 `플러스 알파`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기술·산업 간 융합을 넘어 민간과 정부,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가진 강점을 묶어 시너지를 내는 신융합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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