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의 융합·혁신으로 일자리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포부로 내놓은 것이 창조경제다. 전 정권의 지식경제와 다른 패러다임을 지향한다. 스마트 혁명이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했다. 산업화와 정보화를 다시 넘는 개념이다.
창조경제의 성패는 박근혜정부의 성패를 가름한다. 전자신문은 그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을 10대 키워드로 뽑았다. 첫 키워드는 상상개발(I&D:Imagination & Development)이다.
중소기업 레인콤(아이리버)은 지난 2000년 MP3 플레이어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2년간 세계 시장을 독식했다. 2003년 코스닥에 상장되자 10만5200원이라는 기록적인 주가로 단번에 황제주가 됐다. 이 파죽지세는 이듬해 애플 `아이팟` 출시 이후 꺾여 곤두박질했다.
애플이 레인콤과 달랐던 것은 온라인 음원 장터라는 새 개념 창출이다. 음원 소비자 편의성을 높인 이 비즈니스 모델에 소비자는 물론이고 음원 제작사도 열광했다. 데자뷰는 몇 년 후 휴대폰에 나타났다. `아이폰 쇼크`에 세계 1위 노키아마저 마이너로 전락했다.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했다.
애플의 제품 개발 패러다임을 연구개발(R&D) 중심에서 상상개발(I&D)로 바꿨다. 똑같은 자원과 지식을 갖고도 아이리버와 노키아는 상상력에서 애플에 뒤졌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역시 상상력에 달렸다. 정보화 시대의 부가가치가 지식에서 나왔다면, 창조경제 시대는 넘치는 지식을 재창조할 `신의 한 수`, 바로 상상력이 좌우한다.
I&D 성공 신화는 속출했다. 구글은 애플의 앱스토어에 맞서 공짜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를 상상해 모바일 시장 맹주로 급부상했다. 예술가 집단의 상상력을 패션에 활용한 베네통, 사막을 세계 최고 관광지로 변화시킨 두바이도 좋은 사례다.
우리나라에도 싹이 보인다. 지난해 12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모티브는 조선왕조실록에 실리지 않은 15일간의 행적을 다뤘다. 상상력 하나가 800억원이 넘는 흥행을 창출했다. 윤종록 연세대 교수는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에 부의 원천이 R&D였다면 새 시대에는 I&D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며 “R&D가 석·박사라는 1%의 고급 두뇌가 이끈 개념이라면 I&D는 어린이나 주부도 상상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인프라다. 한국이 정보화 시대를 주도한 것은 초고속 인터넷 전국망 구축과 같은 기반 인프라를 빨리 깐 덕분이다. I&D 역시 인프라 투자 없이 꽃을 피우기 힘들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굴하고 배양할 `상상개발센터`를 전국 곳곳에 설치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창조경제를 이끌 거점센터다. 전국 국공립 도서관이면 가능하다. 누구나 새 지식을 접하고 생활과 비즈니스에 유용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센터를 기반으로 `상상클럽`과 같은 자발적인 협업도 이뤄질 수 있다.
전자도서관 확대도 방법이다. 전국 국공립 도서관이 보유한 약 2000만권의 영상자료, 음악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조선왕조실록이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된 이후 상상력을 발휘한 사극 드라마와 영화가 봇물을 이룬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준균 KAIST 교수는 “어린이와 주부까지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 정부의 창조적 활동을 공유하고, 지식화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정부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인정하는 문화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발명과 디자인, 창작 등 소프트파워를 창출할 창의력과 상상력을 짓밟는 교육체계와 남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환경에서 창조경제는 생기지 않는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걸림돌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R&D-I&D 비교
![[창조경제 성공 10대 키워드]<1> 상상개발(I&D)-창조경제 이끌 I&D센터 전국 곳곳 세우자](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2/24/395671_20130224181454_812_T0001_550.png)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