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가 주장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認知不調和)라는 이론은 사람이 자신의 태도간에 또는 태도와 행동간에 일관되지 않거나 모순이 존재할 때 이런 비일관성을 불편한 것으로 여겨 이것을 감소시키려고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은 모순을 느꼈을 때 이를 줄이기 위해 태도나 행동을 바꾸려 시도한다. 그런데 태도는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지 않지만 행동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로 마음속에 존재하는 태도를 바꾸게 된다.
인지부조화는 지식재산권 문제와 상당한 관련성을 갖는다. 불법복제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하나의 SW가 탄생하기까지 들어간 연구개발비와 노력에 대해 인지하거나 이런 제품들을 사용하기 위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야 함을 알고 있다. 그러나 불법복제물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애써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불법복제물을 사용하게 되면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인지부조화가 생겨 오히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화나 만족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태도를 취하게 될 수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정부와 업계는 SW 지식재산권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캠페인, 단속 활동을 벌여왔다. SW연합(BSA) 발표에 따르면 국내 불법복제율은 2000년 56%에서, 현재 세계 평균인 42%보다 낮은 40%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SW 지식재산권 보호 활동이 결실을 맺고, 진정한 지식재산권 보호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저작물을 사용하는 개인과 기관이 함께 동참해 실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사용자가 비록 소정의 비용을 들여 도입했지만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정정당당한 SW 사용을 실천함으로써 마음속에 만족을 얻는 일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들은 `보안 위협의 감소`, `법률적 보호`, `비즈니스 가치의 상승`, `경제적 혜택 증가`와 같은 정당한 SW 사용의 실질적 혜택을 누리면서도 비용적 측면의 불편감에 대한 인지부조화 작용이 생겨 마음 속 태도 변화에 따라 만족감이라는 덤을 얻을 수 있다.
지금의 SW는 더 이상 사무용 도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SW는 인류의 삶에 커다란 혜택을 주고 있으며 전 세계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SW는 교육·의료·교통·제조·문화·에너지·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산업에서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고 있으며, 우리는 더욱 편리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국내 SW 불법복제에 의한 경제적 피해액이 지난 2011년 한해 8900억 원 가량에 달하는 지금, SW 관련 지식재산권은 더 이상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인정과 자비, 지혜의 개념으로 취급돼서는 안된다.
또 2010년 이후 40%를 유지하고 있는 SW 불법복제율을 30%대로 낮춰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지식재산권의 보호에 대한 국제적 공신력을 얻기 위해서는 정부, 사용자, 산업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불법복제율이 OECD 회원국 평균인 26%에 근접하고, 우리나라가 SW를 포함한 지식재산권 보호 선진사회로 진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식재산권은 사용자이면서 동시에 권리자이자 국민경제의 책임 있는 일원인 사용자가 보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신규 고용창출은 물론 세수증대 및 SW 산업 육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기업은 더 좋은 SW를 만들어 좋은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선순환 저작권보호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김범성 선문대학교 경영대학원장 (bskim@sunmo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