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은행연합회장 "일자리 위해 산업별 진흥책 필요"

재정경제부 차관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에서 은행연합회장까지 민관의 영역을 넘나든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시장에서 `거시경제 전문통`으로 불린다. 재경부 시절부터 그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해결 과제로 실업 문제를 제기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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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하려면 굴뚝과 제조 산업 위주 경제 패러다임을 서비스 산업 육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신념을 고수해왔다. 1700만 서비스 산업 종사자의 권익을 위해 서비스 산업발전총연합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한국이 제조 산업 위주 하드웨어 강국에 그치지 말고 서비스 산업 중심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전환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행연합회 수장으로 취임 1년을 넘긴 올해, 박병원 회장에게 국내 경제 정책의 나아가야 할 방향과 요동치는 금융 산업 육성 해법을 들어봤다.

-은행연합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넘었다.

▲1년간의 성과를 말하라면 그리 많지 않다. 다만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을 금융, IT를 포함한 서비스 산업으로 돌리는 데 일단 성공했다고 본다. 서비스 산업 육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제반 정책 수립의 디딤돌을 만드는 데 1년을 투입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제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해 수출 제조업 강국이 됐다. 하지만 서비스 산업 분야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했고 생산성도 낮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정책 과제는 바로 고용 창출이다. 고용을 창출하려면 제조업 외에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금융을 비롯한 IT, 의료, 콘텐츠 문화산업 등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 산업별로 진흥책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실업문제를 꼽았다. 고용 창출 해법이 있는가.

▲청년실업 문제만 보더라도 한국 실업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 고용은 125만 명이 증가했다. 여기에 50·60대 고용 인력도 상당부분 증가했다. 그런데 이 수치에는 함정이 있다. 20·30대 일자리는 오히려 50만개 가까이 줄었다. 연령별로 차이가 존재한다.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직이 안 돼 난리다. 그렇다면 고용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 예를 들어보자. 유아 5세까지 무상보육이 이뤄진다. 문제는 이 공약이 실제로 이뤄져도 보육원 시설이 없어서 80만여명의 유아가 교육을 받지 못한다. 그럼 정부 차원에서 유아 8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을 건립하면 된다. 보육시설이 증가하면 자연스레 고용 창출로 이어진다. 교육사업 또한 서비스 산업이다.

한국은 제조강국이다. 1960년대 무에서 출발한 제조업을 이렇게까지 키운 저력이 있다. 도소매, 음식, 숙박 운수업 등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도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고부가가치 산업 즉, 금융을 비롯한 의료, 문화산업, IT 등에서 고용 창출을 일궈야 하며 제조업 비즈니스 모델과 지원책을 서비스 산업에 적용하는 지원책이 절실하다.

-금융 산업은 어떤가. 점차 규제도 강화되고 이익은 줄어들고 있다.

▲2011년 은행이 거둬들인 수익이 11조8000억원 정도 된다. 2007년에는 15조원 가까이 벌어들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자본수익률과 영업 예대마진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은행이 이익을 내면 제조업과 다르게 많은 비난을 받는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도 한몫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은행은 지속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다.

금융업 또한 밑천에 대비해서 응분의 수익이 나지 않으면 그 사업은 존립이 불가능하다. 적어도 투자자의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나야 하고 이를 용인하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삐딱하게 보는 습성을 바꿔야 한다. 금융업은 다른 모든 산업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이음새 산업이다. 금융 자체가 돈을 벌어야 다른 모든 산업을 지원하는 역량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중소기업이 됐든 서민금융 지원이 됐든 금융 수요를 잘 충족시키려면 은행에 돈이 들어와야 한다. 정부 또한 강력한 규제보다는 금융의 경제 확대를 이용해 재원을 확대·재생산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가져가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 산업 육성에 무엇이 가장 절실한가.

▲국내 은행은 포화상태다. 과당경쟁 구조로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 가계 부채 문제를 거론하는데 은행이 가계에 빌려준 돈만 1000조원에 육박한다. 이를 역으로 들여다보자. 오죽 돈 빌려줄 곳이 없으면 국내에만 1000조원을 빌려줬겠는가. 또 빌려준 자금 대부분이 창업지원이나 서민 대출로 풀렸는데 이는 오히려 또 하나의 과당경쟁 시장인 자영업에 경쟁만 유발하는 악순환을 만든 셈이다.

옥석 가리기로 우량 기업에 자금 지원을 대형화하고 내수에만 머물지 말고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 또한 금융환경이 제각각이다. 우리나라보다 금융 시스템이 낙후됐지만 수요가 큰 언더뱅킹(후진국 금융) 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 언제까지 해외 선진국 교포를 대상으로 금융 비즈니스를 펼칠 것인가. 아울러 금융당국 또한 과잉규제보다는 자율경쟁체제에서 은행 스스로 자동제어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즉 건전성 감독에만 집중하고 수익이나 여러 규제 장치는 시장 질서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 산업 글로벌화의 시작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가능하다.

-최근 외국계 은행의 과잉 배당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어떻게 보는가.

▲이 문제는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배당액이 주주에게 많이 갈수록 경계 시그널로 보는 게 맞다.

주주가 배당을 많이 요구하는 것은 그 기업의 장래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 어떤 회사가 다른 투자처 못지 않은 수익을 계속 낼 수 있다면 배당을 요구할 주주는 없다. 이것은 규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은행)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수익성이 확보된다면 배당을 받아가려는 주주는 없다는 말이다.

이것이 고배당을 자제하게 하는 방법이다.

◇“새 정부, 서비스 산업 육성으로 일자리 창출 역점 둬야”

“우리 사회가 직면한 모든 문제의 뿌리는 청·장년 고용 창출 부진에서 비롯됐습니다.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서비스업 육성과 경쟁력 강화, 이를 이용한 내수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 방향도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고용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우리 제조업이 세계 최강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한 경험치를 서비스 산업에 접목해 일자리 창출과 수익 극대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비스업은 그동안 경제성장 과정에서 제조업 위주 불균형 성장전략에 따라 세제, 재정, 금융, 인프라 등 모든 영역에서 역차별을 받아왔다”며 “이러한 역차별 요소를 찾아내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박 회장은 다양한 서비스 산업 육성 정책 제안을 마련했다. 서비스 산업 발전 기본법을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기본 법률 제정 작업에 착수한다. 또 내수 투자를 진작하고자 산업용 부동산 관련 종부세 폐지와 경제자유구역 내에 국내기업 입주를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 산업과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통과와 창의디자인 벨트 구축 작업을 펼칠 계획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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