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한 고위간부는 최근 정치권 유력 인사를 만나 조직 개편과 관련한 지경부 입장을 추가로 설명했다. 조직 개편안이 인수위를 떠나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불똥이 지경부로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로 재편을 앞둔 지경부에 새로운 긴장감이 감돈다. 통상교섭 기능 인수라는 고비를 넘고 나니 또 다른 견제가 들어오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거듭된 입장 표명으로 통상 기능 확보 가능성은 높아졌다. 대신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공격이 거세졌다. 통상이라는 주요 기능을 가졌으니 일부분은 다른 곳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논리다.
산업기술 연구개발(R&D)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들어선 성장동력 정책이 다시 주요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
앞서 소프트웨어·정보통신 정책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바이오·나노 등 신산업 분야도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경부에 잔류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하드웨어(HW) 정책도 예상치 못한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최근 미래부 ICT 차관 조직에 유료방송 규제가 포함된 것을 두고 야당의 반발이 심하다. 이에 부담을 느낀 박 당선인이 야당 요구를 들어준다면, 역으로 미래부 ICT 차관 조직은 인수위 원안보다 규모가 작아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CT HW 정책을 미래부로 보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정치권과 관가에서 나돈다.
지경부로서는 통상과 방송 조직 개편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튈 수 있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여야간 주고받기식 협상 속에 정작 산업통상자원부의 근간인 산업 정책에 틈이 생길 판이다.
야당도 이에 대해선 우려를 표시했다. 민주통합당 정책팀 관계자는 “통상·방송 등을 제외한 세부적인 사안은 당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경부를 놓고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끼워맞추기식으로 세부 조직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지경부 조직 개편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