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포럼]철저하게 실패한 녹색 에너지 정책

화려한 녹색으로 시작했던 현 정부의 에너지와 환경 정책이 암울한 회색으로 막으로 내리고 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겠다던 화려한 녹색성장은 완전히 잊혀졌다.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은 동력을 잃었고 전국 대도시에는 에너지 먹는 하마인 유리 건물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자발적으로 국제 사회에 약속했던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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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학교 교수.

전기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넉넉했던 전력 공급 사정이 갑자기 최악의 상황으로 변했다. 자칫하면 전국이 블랙아웃의 대혼란에 빠질 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손을 놓아버렸던 원전 관리 시스템이 완전하게 무너져버린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하게 느끼는 원전에 사용한 부품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형편이다. 물론 원전 부품 납품 비리 일차적인 책임은 한국수력원자력에 있다. 그러나 지경부의 관리 실패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닥치는 현실에서 원전 가동 정지는 심각한 사회 문제일 수밖에 없다. 기업은 공장을 제대로 돌릴 수 없는 상황이고 정부의 부담도 엄청나다. 전력 수요 감축을 위해 작년에 정부가 지출한 예산은 무려 9000억에 이른다. 정부가 귀중한 세금까지 동원해서 기업의 조업을 중단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는 그 비용이 얼마나 될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전기요금이 네 번이나 인상되면서 국민 부담도 늘었다. 정치적 포퓰리즘에 빠져 낮은 전기요금으로 전기 소비를 부추기던 정부가 느닷없이 전기요금 인상카드를 쓴 것이다. 저소득층의 피해가 상상을 넘어선다. 유류세 인상과 함께 덩달아 인상된 세금 탓에 등유를 쓸 수도 없는 형편이다. 난방비를 걱정하던 노인이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어버리는 참혹한 일까지 벌어졌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적어도 5년 동안은 전력 부족 사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름값 정책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농민을 위해 노력해야 할 농협을 주유소 산업에 끌어들이고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기업의 목을 비틀어서 포화상태의 석유 시장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지경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혼합판매와 전자상거래 제도는 공정거래법과 상표권법을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온갖 특혜를 주면서 일본산 경유와 중국산 휘발유를 수입하도록 만들었다. 휘발유와 경유 생산량의 60%를 수출하는 우리 정유사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일본·중국 정유사와 수입업자의 배를 불려주는 일에 정부가 앞장을 서고 있는 셈이다. 물론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다. 과연 그런 정부를 우리의 정부라고 해야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경부의 엉터리 기름값 대책만 포기해도 상당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태양광 산업도 무너져 버렸고 풍력 투자도 지지부진하다. 처음부터 가능성이 없었던 서해안 조력발전 이야기는 완전히 자취를 감춰 버렸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통째로 포기해버린 셈이다.

에너지 소비 절약과 효율화를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 정책을 바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에너지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이나 관심조차 없는 지경부에 더 이상 에너지 정책을 맡겨둘 수는 없다. 지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돼 통상 업무까지 떠맡고 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새 정부의 정책이나 조직에서 에너지 문제에 대한 관심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교수 duckhwa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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