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대란]규제 준수 '등 떠밀고' 정부는?

“멘붕입니다.”

18일 주민등록번호 수집과 이용을 금지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을 앞두고 업계 관계자가 전하는 현장 분위기다.

인터넷·게임·전자상거래 등 관련 업계는 촉박한 일정에 맞춰 본인 확인 시스템 마련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 대체를 위한 세부 내용이 뒤늦게 정해져 개선 작업을 위한 시간 자체가 충분하지 않아 발을 구르고 있다.

업계에선 “주민등록번호 대체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최근에야 작업에 들어갔다”며 “정부가 규제를 새로 만들면서 `대책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 유예 기간이 끝나는 17일까지 주민등록번호를 쓰지 않고 법률이 정하는 본인 확인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휴대폰을 통한 본인 확인 시스템을 만들고 있지만 선결 조건인 이동통신사 본인확인기관 지정부터 늦어지면서 개발 일정이 잇달아 지연됐다.

공인인증서나 아이핀은 대안이 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용자 층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아이핀은 사용자가 거의 없는데다 역시 개인정보 노출 위험이 있어 사용을 망설인다. 공인인증서 역시 유료인 범용 공인인증서로만 연령 및 본인 확인을 할 수 있어 전면적 본인 확인 수단으로 쓰기에는 무리다.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중단하면서 본인 확인을 위해 들어갈 비용이 얼마나 될 지도 관심사다.

3개 이동통신사 등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에 지급할 수수료 부담이 현실적 문제로 다가온다. 기존보다 비용이 최대 100배까지 늘어나면서, 대형 포털의 경우 연간 10억원 이상 추가 비용이 들 것이란 추산도 나왔다.

중소 규모 업체로선 바뀐 법 제도를 인지하고 이에 따라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동통신재판매(MVNO) 업체들은 “정보통신망법 적용을 유예하고 본인확인기관 지정 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3대 이동통신사는 자체적으로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된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주민등록번호 대체 시스템 구축이 지연될 경우 지게 될 법적 리스크도 부담이다. 당장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정보통신망법과 인터넷 게임 사용자의 연령 확인을 의무화한 청소년보호법이 충돌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수집과 남용을 막으려는 정책 의도에 동감하지만 현실에서 만나는 불가피한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2월 18일 주민번호 이용 금지 시행에 관한 주요 애로 사항

[주민번호 대란]규제 준수 '등 떠밀고' 정부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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