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취하기 위해서 마신다. 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 `취하라`는 시에는 늘 취하라고 한다.
“늘 취해 있어라.
다른 건 상관없다.
그것만이 문제다.
무엇에 취하냐고?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마음대로 그저 취해 있어라.
시간의 고통 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원하는 것에.”
비싼 술을 마셔도 취하고 싼 술을 마셔도 취하기는 마찬가지다. 비싼 술을 마셨다고 비싸게 취하고 싼 술을 마셨다고 싸게 취하지 않는다. 물론 고급 와인을 마시고 그윽하게 분위기에 취하고, 싼 와인을 마시고 알코올 도수 그 자체에 취할 수 있지만, 감각기관이 취하는 건 마찬가지다.
취하는 것은 술에 취하는 것만이 아니다. 내가 빠져버리고 싶은 사물이나 현상, 그리고 사람에 취할 수 있다. 취한다는 것은 흥건하게 빠져들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을 수도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 사랑하는 사람, 끌리는 그 무엇 엔가에 흠뻑 빠져 취하는 경우도 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취해야 정신 차리고 취할 수 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는 정신이 혼미하거나 정신 줄을 놓은 상태가 아니라 어딘가에 흠뻑 빠져서 다른 것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다. 정신없이 뭔가에 몰입하는 물아일체의 상태가 되어야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니 뭔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무엇이든 취(醉)하지 않으면 취(取)할 수 없다. 오늘도 취하고 내일도 취하자. 취하면 추해 보이는 게 아니라 제대로 취하지 않아서 추해 보이는 것이다.
제대로 취하면 세상만사가 다 아름다워 보인다.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 한곳에 미쳐야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 내가 꿈꾸는 목적지에 다다르려면 꿈으로 가는 여정에 흠뻑 취해야 하고, 안 된다고 생각하는 타성과 고정관념을 깨뜨리지 않으면 깨진다. 깨지기 전에 스스로를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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