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퇴근길 지하철에 옆 사람이 킥킥 거리며 혼자 웃고 있다. 슬쩍 곁눈질해 본다. 앗! 어제 내가 놓친 드라마를 스마트폰으로 본다. 고화질 드라마가 스마트폰 화면을 가득 채운다.

장면 2. 주말에 찜질방에서 친구와 마주쳤다. 녀석은 스마트패드로 `열혈강호`를 독파하는 재미에 다섯시간째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50권이 넘는 책을 들고 다닐 필요 없어 편하단다.
콘텐츠를 담는 그릇인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생긴 일상의 단편이다. 게임, 만화, 음악,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방송물 등 콘텐츠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다. 클라우드, N서비스, LTE, 스마트기기 등 IT 플랫폼이 콘텐츠 산업에 파고들면서 시장 성장의 축으로 주목받는다.
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2013년 콘텐츠산업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콘텐츠 산업 변화의 핵심은 IT 플랫폼 확장이라는 분석이다.
영화관이나 공연장, TV, 종이 등 기존 콘텐츠 유통 매체에서 탈피해 새로운 유통 기반이 세를 넓히는 것이다.
이기현 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실장은 “TV와 PC, 스마트기기 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기가 다양해지고 여러 기기에서 공유해 즐기는 N스크린, 클라우드 기술이 출현하면서 콘텐츠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방송물의 N스크린 서비스다. CJ헬로비전의 `티빙`은 2010년 서비스 시작 후 가입자가 4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국민 10명 중 1명은 티빙을 즐기는 셈이다. 방송사가 연합해 만든 온라인 기반 플랫폼 서비스인 `푹(pooq)`도 유료 가입자가 5만명을 웃돈다. TV로만 즐기던 방송 콘텐츠를 스마트기기에서도 즐기는 시대다.
클라우드에 빅데이터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도 주목을 끈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가 결합하면서 빅데이터가 기업이나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생활 속 서비스로 진화했다. 미국 아마존은 고객의 도서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넷플릭스 역시 이용자의 영화 대여 목록에 기초해 새로운 영화를 추천하는 `시네매치`를 만들었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를 활용한 영화 유통도 주목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현재 90%에 육박하는 광고 중심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수입원 다각화 차원에서 영화 배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러 기기를 보유한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동일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퍼스널 클라우드도 일반화됐다. 구글 드라이브, 다음 클라우드, 드롭박스, 스카이 드라이브, 아이 등이 대표적이다. 휴대형 저장매체를 대체하는 모양새다.
이대현 문화체육관광부 기술PD는 “지난해 말 국내 휴대폰 가입자 3명 중 1명은 LTE를 이용하고 대다수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통신사도 인프라와 요금제 경쟁에서 고품질 콘텐츠 유통으로 전략 변화가 예상된다”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시장의 유통 혁명이 올해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