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미국 쉐라톤 보스턴 호텔. 조 투치 회장(CEO)과 데이빗 굴든 사장(COO) 등 EMC 핵심 수뇌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2013년 중요 사업과 비전을 최고 경영진 간 공유하기 위한 이날 행사에 이례적으로 수석 부사장 한 명이 연단에 올랐다. 그는 “강남에서 왔다. 하지만 난 싸이는 아니다”라는 가벼운 농담을 시작으로 자신의 경험을 전 세계 임원에게 발표했다. 10분간의 짧은 시간이 지나고, 투치 회장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훌륭한 리더(great leader)”라는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EMC를 배워라”=주인공은 김경진 한국EMC 대표였다. 김 대표의 이날 발표는 지난 한 해 EMC의 변혁을 성공적으로 이끈 `가장 주목할 만한 리더`로 선정돼 마련됐다. 탁월한 경영성과, 즉 모범 사례로 김 대표의 리더십과 한국EMC가 주목을 받은 것이다.
무엇이 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을까. 한국EMC 측은 “그간의 성과를 보여주고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 새로운 전략을 통해 어떻게 변화를 추진하는 지 소개했다”고 전했다.
한국은 EMC가 진출한 세계 85개국 중 미국 이외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최초의 지역이다. 그러면서 작년 3분기까지 35분기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점유율은 점점 더 상승해 현재 50%에 육박하고 있다. 독보적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다. 이는 김 대표가 2003년 한국EMC 사장이 된 후 세우고 있는 기록들이다. 조 투치 회장이 `특별한` 시간을 마련한 이유다.
◇“한국EMC를 배우자”=반응은 컸다. 노하우와 경험을 구체적으로 듣기 위해 85개국 EMC 해외 법인에서 앞다퉈 서울 한국EMC를 찾고 있다. 업무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연간 23조원 규모의 글로벌 IT 기업의 중심에 한국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이 한국 사업을 축소하는 경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김경진 대표는 한국EMC의 성공 요인으로 `솔루션 중심의 원(ONE) EMC`와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시장 접근 전략`의 성공적인 수행, 한국EMC 리더십팀의 확고한 비전 제시, 그리고 임직원들의 고객 우선 정신과 프로정신을 꼽았다.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니라 기업의 IT 환경에 필요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필요한 부분은 다른 기업과 연합해 고객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한국 내 성과를 세계에 알릴 수 있어 뿌듯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국EMC 대표이사 사장이자 본사 수석 부사장인 김 대표는 올해로 한국EMC를 이끈 지 10년을 맞는다. 또 한 번의 큰 변화가 기대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