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갑에서 사용 한번 못하고 사라지는 신용카드 포인트가 연간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과 카드사가 소멸 포인트 기부제, 사전고지 기간 연장 등 카드 포인트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 5년간 사용하지 않고 폐기한 신용카드 포인트 금액만 5000억원을 넘어섰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 9월까지 5년간 사용기간이 지나 소멸한 신용카드 포인트는 5861억원에 달했다. 연간 포인트 소멸액도 평균 1000억원에 달해 포인트제 무용론과 함께 카드사 책임론이 비등했다.
지난 5년간 국내 카드 포인트 소멸액은 2008년 1439억원, 2009년 949억원, 2010년 1398억 원, 2011년 1119억원, 2012년(9월 기준) 956억원이었다.
카드사는 포인트 소멸 전 고객에게 사전고지를 하고 있고 고지 기간도 기존 1개월에서 2개월로 늘려 포인트 사용 독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카드 이용자들은 카드사들이 포인트 결제 가능 여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홈페이지 등에도 포인트 결제 안내가 소극적이라는 불만이 높다.
포인트는 카드사용을 촉진하고 회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카드사의 대표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카드 사용자는 물품대금 결제 등을 포인트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카드사들이 수년 전부터 포인트 경쟁에 나서고 있다. 통상 카드사는 결제 금액의 0.1~5%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하지만 사용처나 사용 기한, 심지어 내 포인트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 고객이 상당수다. 여신금융협회에서 카드 포인트 통합조회시스템을 운영 중이지만 사용은 극히 저조하다.
카드사에 카드 포인트는 일종의 `조건부 채권`이다. 사용한 만큼 카드사가 돈을 적립해 지출하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가 포인트 사용에 따른 충당금을 전체 포인트 잔액의 20~30%로 잡는다”며 “이는 역설적으로 포인트 사용을 활성화하면 카드사에는 그만큼 손해”라고 설명했다. 즉 카드 사용 고객이 포인트 적립 후 기간이 지나 해당 포인트가 소멸하면 그 금액만큼 카드사는 영업외 이득을 챙기는 구조다.
금감원 관계자는 “포인트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해외처럼 카드사별 포인트를 사고 팔 수 있는 직거래 장터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며 “자투리 포인트의 기부 활성화와 카드사와 소비자간 인식 전환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표] 신용카드 포인트 적립·사용·소멸액 현황 (단위:억 원)
자료:금융감독원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