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실력이 밥 먹어 준다: 낱말편 2`에 보면 `뒤집다`와 `엎다`의 차이가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상하게 소개되어 있다. `뒤집다`는 앞과 뒤가 있는 것의 앞쪽이 보이도록 할 때, 속과 겉이 있는 것의 속이 보이도록 할 때, 앞뒤 양면의 성질이 비슷한 것의 아래위를 바꿀 때 쓰인다. 반면에 `엎다`는 위와 아래가 있는 것의 위쪽을 아래로 행하도록 할 때, 주둥이나 입구를 아래로 향하게 할 때, 앞뒤 양면의 성질이 다른 것의 앞쪽을 아래로 향하게 할 때 쓰인다.
이런 차이점에 비추어 볼 때 빈대떡이나 고기는 `뒤집을` 수만 있다. `뒤집는` 경우는 양면의 모양새나 특징이 비슷하거나 엇비슷할 때만 쓰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엎다`라는 말은 양면의 성격이 판이할 때 쓰인다. 툭하면 밥상을 `엎는` 남편이나 아내가 있다면 그 반려자인 아내(남편)는 속이 `뒤집혀서` 못살 것이다. 그런데 왜 밥상은 `엎을` 수만 있고 `뒤집을` 수는 없는 것일까? `뒤집을` 수 있으려면 양면의 성격이 비슷해야 하는데, 항상 똑바로 놓고 사용해야하는 밥상은 위와 아래, 즉 상판과 다리라는 구분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엎다`가 대개 위와 아래의 위치를 바꿀 때만 쓰이는 데 반해, `뒤집다`는 위와 아래, 앞과 뒤 말고도 속과 겉의 위치를 바꿀 때에도 쓰인다. 말 바꾸기를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말이 있다. 손바닥을 `뒤집는` 것은 원래 아래쪽에 있어야 할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는 것이고, `엎는` 것은 그 반대다. 양면의 성격이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뒤집다`에 비해, `엎다`에서는 반드시 주가 되는 면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면을 반드시 아래로 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갓난아이가 백일 무렵이 지나면 몸을 `뒤집어` 자신의 성장을 알리는 데, 처음으로 몸을 `뒤집는` 자식을 본 부모들은 세상이 `뒤집히기나` 한 것처럼 신기하게들 여긴다. 인류 최초의 기술이 바로 뒤집기 기술이다. 뒤집으면 아이는 처음으로 세상에는 땅만 있는 게 아니라 하늘도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뒤집어야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안 보이는 곳으로 보려면 뒤집어 봐야 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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