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춘 이글루시큐리티 대표는 요즘 `혁신`이라는 단어에 푹 빠져 있다. 14년 전처럼 심장도 다시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본부장 과장 대리급 직원과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해 머리만 긁적이던 일부 직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득춘 이글루시큐리티 대표는 “창립 14년차인 지금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계”라며 “올해는 재창업에 준하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지난해 30%대 매출 성장율을 기록했고, 올해도 그 같은 성장기조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30% 성장이라는 룰을 깨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130%의 혁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단순한 매출 목표 보다는 지속 성장을 위해 회사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포석이다. 자신이 60살이 넘어서도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만들어진다면,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에서다.
이 대표가 구상하는 이상적 회사는 경험치가 회사 자산으로 되고,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스피디한 조직, 신·구의 조화, 부서 간 융화가 잘 이뤄지는 형태다.
그는 “대기업에 비해 인적 파워가 밀리는 게 현실인 점을 감안해 (대기업과의)차별화를 해야 성장이 가능하다”며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1등(First)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직원 구성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회사 자산으로 축적하는 게 중점 추진과제다. 직원 개개인이 가진 암묵지를 가시화 시키는 소위 사내 빅데이터 작업이다. 이 대표는 “13년간 보안관제서비스로 모인 노하우를 DB로 구축한다면 인텔리전스화된 제품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직원의 개발자화`도 이 대표가 주목하는 목표다. 직원들이 좌우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가상의 TF팀 내에서 상사와 부하직원 간 역할도 바꿔보는 실험이 그것이다.
영업 인력이 개발부서로, 컨설팅 인력이 개발기획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인적파워가 길러질 것으로 예상한다. 조심스럽게 직급체계의 룰도 깨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재미있게 회사 생활을 하자는 `펀fun)경영`도 실천 중이다. 사내 스타트업 기업 육성이 첫 번째 단추다. 우수한 인재들이 외부로 빠져 나가지 않고, CEO가 되는 꿈을 사내에서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이 대표가 지난 13년간 기업경영에서 배운 첫 번째 교훈이다. 그는 “회사를 상장시킨 후 ERP, 문서수발시스템 등 시스템화에 많이 신경 썼다”며 “이제는 직원들의 마인드 변화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도 어둠의 터널은 있었다. 창업 초기 3∼4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 대표는 “회사가 적자를 내면 지옥이나 마찬가지”라며 “자존심도 많이 상했고, 하늘에서 새끼줄이 내려오는 꿈도 여러 번 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글루는 올해 경기도 광교에 신사옥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뜨는 한편, 해외 보안 SI사업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