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N, 네트워크 혁명]<하>산·학 연계 최상위 기술 확보 중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가 장밋빛 미래만 가져다 줄 것이란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SDN이 기존 네트워크의 불편함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기존 `레거시(낡은) 네트워크`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기업이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엔 진입로가 좁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계가 주로 공급하는 액세스 스위치 단에는 이미 시스코, 익스트림, HP 등 기존 벤더들이 관련 기능을 구현한 상황”이라며 “실제로 SDN이 필요한 곳은 캐리어이더넷 등 코어 단계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 분야에서 국산 장비가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SDN으로 기존 네트워크의 기술·생태계적 문제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DN은 다소 경쟁력이 뒤처진 국내 통신장비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벤더 종속성이 강한 하드웨어 인프라 산업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 연구개발(R&D)은 보다 최상위 기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올해부터 80억원 규모로 예산을 투입해 2~3개 SDN R&D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상근 유비쿼스 사장은 “SDN은 국내 스위치 업계에는 새로운 기회”라며 “국가 단위 R&D는 가능한 최고 단계 기술을 확보해 생태계 파급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R&D가 SDN 핵심 분야 중 하나인 가상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한 기업과 협력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솔루션을 빠른 시간에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오픈플로우코리아가 1월 통신사, ICT 기업 관계자 1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SDN 도입을 계획하는 업체는 전체 78.9%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시장 문이 서서히 열리는 상태다. 쿨클라우드, 아토리서치 등 국내 엔지니어 중심으로 뭉친 벤처는 이미 상용 컨트롤러 실현 단계에 접어들었다.

NEC 등 SDN에 일찍 관심을 가진 기업은 2008년부터 미국 스탠포드대학에 직접 상주하며 상용 기술을 쌓았다. 또 칭화대, 화웨이를 위시한 중국 진영 역시 2011년을 전후해 스탠포드대학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관련 인력과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넓히는 중이다.

쿨클라우드를 이끄는 박성용 연세대 연구교수는 “현재 시스코 등 레거시 네트워크 기업은 코어 분야에, NEC 등은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분야 등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SDN 상용솔루션을 집중하는 상황”이라며 “SDN을 적용할 수 있는 시장은 아주 큰 만큼 우리나라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을 특정하고 그 분야에서 단기간에 최상위 상용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시간싸움으로 승패가 갈린다는 설명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SDN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