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이사회가 31일 총장 후보 인선 회의를 앞두고 `장고`를 시작했다. 후보에 오른 4인 모두 장단점을 가져 어떤 인물이 총장에 낙점될 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카이스트 안팎에서는 정치색이 비교적 얇고 대학을 경영해 본 인물이 서남표 총장이 주도했던 개혁을 이어가면서 카이스트를 대한민국 최고의 연구 대학으로 이끌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카이스트는 3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2회 임시 이사회에서 내달 22일 학위수여식을 끝으로 퇴임하는 서남표 총장의 뒤를 이을 제 15대 총장을 선임한다. 추천된 후보는 강성모(전 미국 UC머시드대 총장), 박성주(현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백성기(전 포스텍 총장), 유진(현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 등 4명이다. 외부와 학내 인사 각각 2명씩 겨루는 구도다.
먼저 2006년 6월 당시 서남표 총장과 함께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강성모 전 UC머시드대 총장이 강력한 후보다. 연세대 재학 중 미국으로 떠나 페어레이디킨슨대와 뉴욕주립대 대학원을 거쳐 UC버클리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인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07년 미국 4년제 대학인 UC머시드대 총장에 취임해 교수간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던 학내 분란을 수습했다.
미국 시민권자였던 로버트 로플린,서남표 총장 후임이라는 점이 다소 핸디캡이지만 한국 공군에 자원입대 군 복무를 마쳤으며 국내 과학·교육계 사정에 밝다는 평이다.
박성주 교수(테크노경영대학원)는 카이스트 1회 졸업생으로 `졸업생 총장 시대` 선두주자다. 경기고·서울대를 나와 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거쳐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KIST 정보시스템연구소장과 한국경영과회장을 지냈다. 교수협의회 추천 투표 1위를 차지했다. 일부에서는 이공계 교수 중심으로 경영대학(테크노경영대학) 출신이 카이스트를 대표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성기 전 포스텍 총장은 교수 실적평가제 강화 등 개혁을 통해 세계대학평가에서 포스텍을 국내 대학 최초로 30위권 내에 올려놨다. 박 교수와 같이 경기고·서울대를 나와 미국 코넬대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포항가속기연구소장과 포스텍 총장을 지냈다. 일부에서 카이스트보다 규모가 작은 포스텍 총장 출신이라는 점에 난색을 표한다. 유진 교수(신소재공학과)는 경기고·서울대를 졸업한 뒤 펜실베이니아대 금속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82년 부임해 서울분원장과 부총장 등을 지냈다. 교수협의회 추천 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다. 과학·교육계의 마당발이라는 게 강점이자 약점으로 부각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