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 해에 판매된 블랙박스만 150만 대가 넘는다. 올해는 녹화 성능은 높아지고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은 내려간 블랙박스가 보급되면서 200만 대 이상도 바라볼 만하다는 것이 제조사·유통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여기에는 대량구매로 가격을 낮추고 유통단계를 단순화한 소셜커머스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소셜커머스를 통해 유통되는 블랙박스의 과대광고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HD급 화질’, ‘국내 제조’ 등 현란한 광고 문구와는 달리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기준을 내세워 ‘세로 해상도가 720화소를 넘어가므로 HD급’이라고 주장하는 상품도 소셜커머스에서 버젓이 팔린다. 정작 블랙박스 성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녹화 해상도와 초당 프레임수는 잘 안보이는 곳에 기재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눈치다. 판매하는 딜 가짓수가 많지만 모니터링을 최대한 강화해서 꾸준히 노력해 왔고 허위·과장광고는 자제해 왔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과연 그럴까. 2012년 모바일 분야에서 성장이 두드러진 위메이크프라이스(www.wemakeprice.com)가 판매한 블랙박스 상품을 검증해 보았다. 이 딜은 1채널 블랙박스‘아이나비 블랙 E100 16GB’와 16GB 마이크로SD카드 세트를 11만 8,900원에 판매하며 지난 22일부터 판매에 들어갔다(www.wemakeprice.com/deal/adeal/67102).
◇ 센서는 150만, 녹화는 30만? =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HD를 능가하는 기술’, ‘저가 중국산 HD 블랙박스는 가라’, ‘국내 최강 브랜드’ 같은 문구다. 설명문 곳곳에서 ‘동급 최강 150만 화소’, ‘150만 화소 고화질 이미지 센서’ 등 센서를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제품 페이지 내용을 아무리 살펴봐도 정작 중요한 해상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최대 120도 시야각’, ‘최대 초당 30프레임’이라는 문구만 보인다. 힘겹게 스크롤 후 나타난 녹화 해상도는 ‘HD를 능가하는 기술’이라는 문구와 동떨어진 640×480 화소에 불과하다. 하지만 640×480 화소는 ‘HD급’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는 최저 기준인 1280×720 화소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규격상으로는 SD급에 해당한다.

물론 ATSC 등 각종 규격 이외에 블랙박스 업계가 가지고 있는 ‘HD급’에 대한 기준도 있다. 한 업체는 ‘영상 세로 폭이 720화소를 넘어서면 HD급으로 본다’고 답했다. 또 다른 업체는 ‘가로·세로 폭을 곱해서 92만 화소를 넘지 않으면 HD급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640×480 화소는 영상 세로 폭이 480화소로 720화소의 67%에 불과하며 가로세로 폭을 곱해도 30만 화소를 간신히 넘는 정도다. 블랙박스 업계 자체 기준에도 못미친다.
640×480 화소 녹화시 발생되는 문제점도 또 있다. 같은 렌즈를 썼다 해도 4:3 화면으로 녹화를 하면 16:9 비율로 녹화할 때보다 가로 화각은 좁아지고 세로 화각이 더 넓어질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오토바이·자전거·보행자나 옆 차선에서 끼어든 차량 때문에 사고가 난 경우 이를 온전히 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오픈마켓에서 3~4만 원 가량만 더 보태도 1280×720 화소 녹화 가능한 신제품(16GB 마이크로SD카드 기준)을 충분히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보면 출시 후 1년이나 지난 제품을 재고처리용으로 소셜커머스에 내놓은 것은 아닌지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아이나비 블랙 E100’이 출시된 것은 2012년 2월이며 이후 아이나비 제조원인 팅크웨어가 640×480화소 블랙박스를 출시한 적은 없다.
◇ 여행상품도…‘택스는 별도?’ = 취재결과 위메이크프라이스는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사항을 어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2년 1월 3일 개정된 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 2012-1호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에 따르면 여행상품을 광고해야 할 때는 유류할증료, 공항이용료, 전쟁보험료, 관광진흥개발기금, 운송요금, 숙박요금, 식사요금, 가이드 경비, 여행자보험료, 현지관광입장료 등 소비자가 특정 여행상품을 선택할 경우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모든 경비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 중 별도로 표기할 수 있는 금액은 유류할증료와 선택관광 경비가 전부다.


하지만 위메이크프라이스가 지난 1월 28일까지 판매한 ‘푸켓 패키지여행 5일/6일’(www.wemakeprice.com/deal/adeal/67596) 상품은 여행경비 불포함 사항에 ‘유류할증료 및 TAX’라고 표기해놨다. 항공권 구매시 운임 외에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국내공항시설 이용료, 해외공항시설이용료, 관광진흥기금, 빈곤퇴치기금과 유류할증료를 가격표기에서 제외한 것이다.


위메이크프라이스가 물의를 빚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2년 1월에는 ‘스마트폰 배터리 이용 시간을 늘려준다’는 정체불명의 상품 ‘배터리파워플러스’를 5,738개나 판매했다. 이어서 2월에는 후쿠시마에 공장을 둔 일본 제과업체의 사탕을 판매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때문에 위메이크프라이스는 올 연초부터 고객마케팅실 소속 임직원이 직접 제품 구입부터 배송 단계까지 만족도를 직접 확인하는 ‘미스테리 쇼퍼 2.0’ 시행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허위·과장광고와 의무표기사항 위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