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 경력이 긴 숙련된 운전자라도 밤길 운전은 부담되기 마련이다. 도심의 큰 길이야 밤에도 휘황찬란하지만, 가로등 없는 심야의 국도 주행을 상상해 보면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이처럼 밤길 운전이 어려운 이유는 운전자의 시력이 낮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밤에 운전자의 시력은 낮 시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 운전자의 시야는 헤드램프(전조등)가 비추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 같은 밤길 운전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IT 융합 기술이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현대모비스가 1년 7개월에 걸쳐 개발한 `차세대 지능형 헤드램프 시스템(AILS:Active Intelligent Lighting System)`이 주인공이다. AILS는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전조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따로 기능하던 내비게이션과 전조등 시스템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이 시스템은 내비게이션에서 주행 정보를 미리 받아 자동차가 진행하게 될 교차로와 곡선로 등의 도로 환경에 맞춰 전조등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교차로 진입 전에 회전 방향에 맞게 전조등 방향을 조정한다. 휘어진 곡선로에서도 진입 이전에 진행 방향에 맞게 전조등을 미리 비춘다. 이를 통해 야간 주행시 사각지대를 빨리 최소화시키고 안전사고 예방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 도로 유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일반, 도심, 고속도로의 조명모드로 자동 전환하는 기능도 갖췄다.
이태원 현대모비스 선임연구원은 “이미 상용화된 가변형 전조등 시스템(AFLS)이 운전자의 핸들 조작 이후 전조등 각도를 조절했지만, AILS는 핸들 조작 없이 전조등을 미리 조정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기존 시스템의 변경 없이 내비게이션과 전조등 제어 시스템을 연동하고 부가가치를 높임으로써 완성차 적용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스템은 차량내 매립형 내비게이션과 전조등을 제어하는 ECU를 연동시키고 주행 정보와 자동차 속도 등에 신호에 맞게 전조등을 제어하도록 했다. 현대모비스는 AILS를 실차 테스트한 결과, 곡선로나 교차로 진입 전 40~100m 전에 전조등 각도를 조절하고 별도 램프가 점등되는 등의 효과로 전방 도로에 대한 운전자의 인지 능력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한 전조등 제어 시스템은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가 일부 차종에 적용했다. 하지만 교차로 조명과 모드 변환 기능만 구현하고 있어 현대모비스의 기술이 더 앞섰다는 평가다. AILS는 자동차 전자화 및 IT 융합을 기반으로 부품의 부가가치를 혁신한 모범적인 사례로 손색이 없다.
이 연구원은 “자동차 부품 전자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과 부품 간의 융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자동차 전조등도 IT와의 융합을 통해 단순 부품에서 운전자의 안전을 돕는 안전 부품으로 진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