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남북협력기금 어디로?

새 정권 출범과 더불어 그동안 `갈 데까지 간` 남북관계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MB정권 시절, 남북관계는 사실상 끊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서민금융, 중소기업 지원 등 희망 섞인 지원책들을 속속 내놓았다. 한 가지 빠뜨린 것이 있다. 바로 남북관계 설정에 밀접하게 연관된 남북협력기금 문제다. 우리나라가 북한에 차관 비슷한 대여 형태로 제공해 온 기금이다. 남북협력기금의 수탁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이 1991년부터 2012년까지 북한에게 유상으로 빌려준 자금만 3조원에 육박한다.

북한으로부터 되돌려 받은 금액은 이 중 6.5%인 1887억원에 그쳤다. 그래서 퍼주기 논란도 일었다. 새 정권이 풀어야 할 핵심적인 과제인 셈이다. 1990년 8월 정부는 남북협력기금법을 제정하고, 수출입은행을 수탁기관으로 지정해 11조원에 이르는 기금을 조성, 운용해왔다. 말이 기금이지 정부출연금과 국채 발행으로 메운 혈세다.

이 자금 중 10조원이 넘는 돈이 북한에 지원됐다. 비료 지원,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 무상으로 푼 돈만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적 왕래 지원, 사회문화 교류, 인도적 지원, 경협 기반 조성지원 사업 등 무상 자금을 각종 항목으로 분류해 지출했다. 그런데 자금 회수 부분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대응 논리를 찾지 못했다.

수탁기관인 수은은 차관 거래 기관인 북한 조선무역은행 앞으로 유상지원 사업 중 하나인 대북 식량차관의 원리금 상환과 연 2%에 달하는 지연배상금을 수차례 촉구했지만, 번번이 묵살 당했다. 이 식량차관 원리금만도 538만달러에 이른다.

이 문제는 일개 금융기관이 풀 문제가 아니다. 통일부 및 유관 부처에서 남북협력기금의 상환 문제,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운용해 나갈 것인지 면밀하게 전략을 세워야 한다. 북한을 점진적인 개방과 개혁으로 이끌어내고, 그 기반으로 남한과의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새 정부가 취할 방향일 것이다. 이 기금의 `정의로운` 운용과 쓰임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 기금도 결국 국민의 혈세기 때문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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