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피처폰 제조에서 손을 뗀다. 부가가치 높은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사업에 집중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당장 올해부터 피처폰 외주 생산을 늘리면서 자체 생산 비중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카이파·HEG·BYD 등 중국 전자제품 제조전문기업(EMS)에 최근 피처폰 외주 생산을 맡겼다. 삼성전자 20년 휴대폰 역사에서 완제품 외주 생산을 맡긴 것은 처음이다.
중국 세 회사는 올해 약 6000만대의 삼성전자 휴대폰을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삼성전자 전체 피처폰 생산 물량의 30~40% 수준이다.
외주 생산 피처폰은 삼성전자 후이저우 법인이 후가공과 포장을 거쳐 중국 현지에 팔거나 신흥 시장에 보낸다. 세 곳의 중국 EMS업체는 후이저우와 가까운 광둥성 인근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보유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이 아닌 중국 후이저우를 피처폰 컨트롤타워로 선택한 이유다.
삼성전자 후이저우 법인은 외주 물량을 포함해 올해 총 1억8000만대의 스마트폰과 피처폰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생산량을 50% 늘린다. 후이저우는 베트남 옌퐁을 제치고 삼성전자 내 최대 휴대폰 생산기지로 부상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피처폰 생산 비중을 줄인 대신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생산능력을 끌어올린다. 중국 톈진뿐 아니라 베트남 옌퐁 공장도 조만간 스마트폰 생산라인으로 개조한다. 피처폰 생산 부담이 줄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라인업이 한층 더 탄탄해진다.
IDC 등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8억8000만대로 전년 대비 31.8% 성장할 전망이다. 신흥 시장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5억8000만대로 지난해보다 무려 42.7%나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스마트폰 신흥 시장의 위상이 커지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생산 전략을 수정, 안드로이드·윈도·타이젠 등 운용체계(OS)를 다각화해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하락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피처폰을 꾸준히 내놓을 계획이다. 남미·인도·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 여전히 피처폰이 팔리는데다 향후 스마트폰 잠재 수요층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외주 생산 방식을 써 가면서 피처폰사업을 유지하는 이유다.
업계 핵심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확대로 피처폰 시장이 축소됐을 뿐 아니라 저이윤 구조도 심화됐다”며 “삼성전자도 기존 생산전략을 고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