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영상 재압축 기술' 세계 최초 개발

우리나라 연구진이 `압축 영상 파일을 다시 압축할 수 없다`는 공식을 처음으로 깼다.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면 모든 반도체 생산업체가 우리 기술에 따른 디코더(압축 해제부)를 지원하는 칩을 생산하게 된다. 이미 압축된 영상 파일 포맷을 한 번 더 압축하는 기술로 트래픽 폭증이라는 시대적 난제를 해소하는 길도 열렸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주인공이다. 김 교수 연구팀은 표준 디지털 영상 파일 포맷으로 쓰이는 MPEG(동영상)·JPEG(정지영상) 등을 재압축하는 기술을 개발, 이달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고 22일 밝혔다.

모바일 서비스에서 흔히 사용되는 MPEG4와 H.264 영상 파일 포맷은 국제 표준 단체 MPEG이 최초의 동영상 디지털 압축 포맷 `MPEG1`을 내놓은 이후 꾸준히 압축률을 높이며 진화한 기술이다. 최근 `고효율 비디오 코딩(HEVC)` 기술이 뒤를 이을 표준 영상 압축 포맷으로 제안됐다. 압축 기술 진화가 필요한 것은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영상 파일의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HEVC의 뒤를 이을 차세대 압축 표준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서 나왔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기존 압축 표준 기술과는 달리, 이미 압축한 파일을 다시 압축한다. 김 교수는 “기존의 압축 기술은 모두 1954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대학원생이었던 데이비드 허프만이 만든 `허프만 코딩`에 기반을 둔다”며 “재압축 기술은 60년 가까이 이어져온 허프만 코딩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를 압축 파일 안에 숨기는 것이다. 즉, 압축 영상 파일의 데이터를 일부 잘라내 `숨김 데이터`로 만들면 재압축이 가능하다. 중국 상하이 대학의 장신펭 교수가 암호화한 데이터에 추가 데이터를 숨기는 기술을 개발하며 고안한 방식이다.

암호화한 파일과 압축 데이터는 `난수`로 표현된다. 둘 다 기존 빈도수에 따른 압축방식으로 다시 압축을 할 수 없다. 연구팀은 기존 압축 데이터에 추가 데이터를 숨기는 방식을 도입했다. 디지털 표시방식인 이진법에서 해당 비트 블록에 0을 숨기면 기존 데이터 기호를 그대로 적용한다. 1을 숨기면 기존 데이터 기호 1과 0을 뒤집는 방법을 썼다. 가령 `11010`이라는 압축 데이터 블록에 `0`을 숨길 때는 `11010` 그대로 표시한다. `1`을 숨길 때는 `00101`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원본 파일에 손상이 주지 않고 용량을 유지해 데이터를 추가할 수 있다. 김 교수는 “300비트(bit)당 1비트씩 추가하는 것까지 실제로 성공했다”며 “모바일 AP나 PC의 CPU 기술이 늘어날수록 압축률을 계속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오는 4월 우리나라에서 열릴 차기 MPEG 총회에 이를 정식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쓰이는 디코더로도 소프트웨어를 추가해 사용할 수 있지만, 총회에서 차세대 표준으로 채택되면 향후 생산될 스마트폰·PC·스마트 TV 등 영상 서비스 기기 모두에 이 방식을 지원하도록 생산한 칩을 탑재하게 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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