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앱도 DIY(Do-it-Yourself)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사용자 친화적인 UI에 기반을 둔 앱 저작툴과 다양한 개방형 서비스를 상호 융합할 수 있는 매시업(Mash-up) 환경 때문에 서비스 개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용자도 앱 제작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웹 서비스나 앱이 개발자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점차 일반 사용자가 서비스를 직접 구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가 웹 차원의 서비스를 넘어 모바일 앱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모바일 앱을 제작할 수 있는 DIY(Do-it-Yourself) 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용자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구조를 짜고, 저작 툴을 사용하여 본인에게 익숙한 UX를 창조해낼 수 있게 됐다. 아래는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개성을 넣어 각색하는 앱 DIY 도구=스마트시대에 접어들면서 사용자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앱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에 위치한 스타트업 업체인 Yapp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각종 미팅 및 단체모임, 스포츠 이벤트 혹은 경조사 등을 안내하는 맞춤형 앱 저작 툴을 제공하고 있다. 마치 전문가의 솜씨로 디자인한 듯한 테마와 간편한 편집기능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능이 명확하고 단순한 앱 저작 툴이지만 세련되고, 모바일 기기 내의 다른 기능 요소들과 연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먼저 PC나 태블릿으로 yapp.us에 접속하여 테마를 정한 후, 모임이나 행사의 주최 목적을 나타내는 이미지를 삽입하거나 행사가 개최되는 장소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구글맵을 연결시킬 수 있고, 트위터 형태의 뉴스피드 기능을 넣어 행사와 관련된 아이디어나 후기를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Yapp은 실시간 푸시 기능을 지원하여 모임이나 행사 직전 갑작스런 기상변동이나 개인 사정으로 일정이나 장소가 변경될 때, 번거로운 수정작업 없이 텍스트나 이미지 등을 편집하여 뉴스피드에도 변경사항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다.
Conduit은 간단한 그래픽 인터페이스로 사람들이 모바일 앱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 Conduit은 사용자의 RSS 피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 음악, 영상, 지도 등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모아서 보여주는 앱 제작을 도와준다.
앱이 만들어지는 동안 가상 시뮬레이터가 작동하여 앱 미리보기를 할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 기기를 갖고 있지 않아도 웹 상에서 원활하게 구동되는지 여부를 테스트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Revu라는 앱을 설치하면 사용자가 앱을 기획했을 당시에 의도한대로 앱이 완성되었는지 안드로이드 기기로 직접 구동해 볼 수 있다.
캐나다의 스타트업 업체인 QuickMobile은 최근에 SnapApp이라는 DIY 행사 및 회의 공지 앱을 출시하여 기업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주로 회의나 이벤트가 잦은 다국적 기업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마스터 앱(Master App), 즉, 초기화된 앱을 한 번 제작하고 나면 향후에 새롭게 생겨날 회의나 행사마다 위해 따로 앱을 만들어 일일이 다운로드할 필요 없이 약간의 수정만 가하면 된다.
앱을 만들기 위해 사용자는 Quick Mobile에서 제공하는 30여 가지의 디자인 모듈을 이용해서 앱을 꾸밀 수 있다. 가령 컨퍼런스를 앞두고 있다면 가장 기본적인 속성인 프로그램 아젠다 아이콘과 연사자의 이력사항을 별도로 모은 소개 아이콘을 추가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행사관련 포토 갤러리, 앱 내 메신저 기능 등을 구성할 수 있고 행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SNS 기능도 추가할 수 있다. 앱 제작이 마무리되면 기업 브랜드를 입력하거나 이름을 설정하고, 아이폰 혹은 안드로이드 중 어느 플랫폼에 유통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원작에 도전하는 앱 DIY 도구=앞서 제시한 앱 DIY 도구들은 이미 만들어진 바탕 위에 사용자가 직접 편집하거나 꾸미는 기능들을 주로 어필하고 있다면, 다음의 사례들은 사용자가 서비스의 앱 기획 및 설계까지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애플은 프로그래머가 아닌 일반인도 손쉽게 iOS 기반의 모바일 앱을 만들 수 있는 저작 툴을 준비하고 있다. 이 저작 툴은 위지위그(WYSIWYG: What you see is What you get) 기반으로 미리 만들어진 종류별 템플릿과 기능 콤포넌트, 시각효과 등을 드래그 앤 드롭 방식으로 배치해 간편하게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앱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개념의 소프트웨어다.
적당한 템플릿을 선택한 다음, 드래그-앤-드롭으로 각종 콤포넌트를 추가하여 이를 조합하면 하나의 앱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어도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간단한 이벤트 앱이나 텍스트/이미지/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 정도는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애플의 목표이다.
게임 앱의 대표적인 저작 툴인 Game Salad 역시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 문외한인 일반 사용자도 손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작년 한 해 동안 칠레에서 인기를 누렸던 아이폰 게임 “ePig Dash” 역시 Game Salad로 제작된 DIY앱이다. 원조 게임인
“Angry Birds”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역으로 돼지가 성난 새들을 공격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게임 자체로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ePig Dash”의 제작자가 프로그래밍에 대해 전무한 경제 선생님 즉, 일반인이었다는 후문이다. 게임 제작 소프트웨어로 돼지의 공격 루트와 방향, 속도 등을 드래그 앤 드롭 및 동작 지정만으로 손쉽게 설정할 수 있고, 그 외에 게임을 구성하는 캐릭터와 배경 템플릿도 자유롭게 선정하여 꾸밀 수 있다.
이 밖에 블랙베리의 제조사 RIM 역시 앱을 만들 수 있는 키트를 공개했고, MIT도 안드로이드 초심자를 위한 App Inventor의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DIY앱의 원동력, 웹기반 매시업=지금까지의 웹 서비스나 앱은 코딩이나 워크플로에 익숙한 개발자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점차 일반 사용자가 서비스를 직접 구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매시업 서비스다.
매시업이란 서로 다른 내용들을 섞고 조합하여 좀 더 가치 있는 서비스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작업을 일컫는다. 매시업 서비스는 축적된 데이터 없이도 사용자가 요구하는 시점에서 데이터를 가져와 상호 융합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매시업 서비스를 계기로 사용자는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UX도 경험할 수 있다.
웹에서 시작된 매시업 서비스는 스마트폰 및 모바일 웹 이용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모바일 환경에서도 매시업 콘텐츠를 생성, 이용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서비스 중 웹 플랫폼 기반의 개방형 API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위치기반서비스를 중심으로 구글맵, 트위터, 플리커, 유투브, 페이스북을 사용한 앱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프로그래머블 웹(Programmable Web)은 지금까지 개발된 서비스들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서비스의 랭킹도 보여주며, 자신이 개발한 서비스의 API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이다. 특정 웹 서비스가 어떤 용도로 재사용되는지, 얼마나 자주 매시업의 구성요소로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는데 웹 서비스 개발에 대한 기반 지식이 없는 사람이어도 단시간에 다채로운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내에서도 개방형 API를 융합하여 서비스 아이디어를 얻는 일종의 매시업 `놀이`의 장이 되고 있는 Mashup(mashup.or.kr)이라는 사이트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 개발된 국내 매시업 중 소셜 여행플래너 스투비(STUBBY)는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여행에 관한 위치표지를 달 수 있고, 위치표지는 관광(볼 곳/맛집/놀 곳), 숙박(호텔/한인 민박/유스호스텔), 교통 등으로 정보를 구분하여 제공하고 있다. 구글맵 API를 기반으로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여행루트를 짤 수 있고, 가고 싶은 장소를 담아두었다가 일정표에 반영하며 숙소, 교통편 선택, 예약까지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사용자 친화적인 매시업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코딩을 모르는 사용자도 쉽게 `매시업`을 만들 수 있는 도구, 앱드론을 소개했다. 앱드론은 버튼, 슬라이드바 등 사용자 UI를 포함해 `다음 지도API`, `플리커API`, `조회`나 `검색요청` 단추 등을 `블록`이라는 단위요소를 제공하는데 사용자는 이 블록을 기반으로 교체, 설정을 변경하는 것만으로 웹 앱을 생성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각종 코딩이 난무하는 워크플로우 중심의 제작방식에서 결과화면, 즉, UI 중심으로 매시업 앱을 제작함으로써 보다 만족스러운 사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DIY앱이 제시하는 향후 경쟁 포인트=과거에는 가능한 다양한 앱들이 원활하게 구동될 수 있도록 기기가 OS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비스가 서로 융합되는 매시업 형태로 활발하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매시업 DIY 앱을 잘 만들 수 있는 기기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제작과정에 있어서 쉽고 흥미로운 UI를 제공해야 하고 매시업된 결과물로서 앱이 오류나 버그 없이 생성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모바일 기기에서의 앱 저작환경은 아직 미비한 상태이다. 사용자의 창의성을 자극하도록 다양한 테마 기능과 UI가 제공되어야 함은 물론 기기 차원에서 사용자의 의도에 최대한 근접한 매시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능이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노키아가 공개한 새로운 스마트폰 콘셉트 모델 GEM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GEM에서의 콘셉트처럼 기기의 좌, 우측 모서리에도 터치 인터페이스가 구현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모서리를 따라 배열된 앱 아이콘들을 손가락으로 화면 중앙에 끌어올 수 있게 되면, 사용자는 원하는 기능들을 골라 합쳐보는 새로운 매시업을 시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앱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는 기능이나 템플릿, 시각효과 등을 직접 선택하게 되는데, 이 때 선택하게 되는 구성요소들이 사용자의 서비스 혹은 콘텐츠의 선택뿐만 아니라 서비스 경험 및 맥락에 대한 구체적인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상당히 유용한 가치 접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DIY 앱을 통해 전문 개발자와 일반 사용자가 소비자 인사이트를 공유하게 되면 가치 있고 차별화된 서비스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장기적으로는 비개발자의 참여로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미디어 테크트렌드팀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