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돈 안돼"…한국기업들 결국 '특허 포기'

5%가 안 되던 중소기업 미국 특허 포기율이 20%로 치솟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불황 탓도 있겠지만 미국 특허청의 잇따른 유지비(연차료) 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내 50% 추가 인상이 추진되고 중소기업 미국 특허 포기 속출이 우려된다.

21일 특허관리서비스업체 마크프로글로벌에 따르면 2011년 1%(상반기)와 3%(하반기)에 불과하던 특허 포기율이 작년 상반기 16%에 이어 하반기에 20%로 올랐다. 마크프로글로벌은 대표적인 특허 연차료 관리업체다.

미국 특허청은 2011년 10월과 작년 10월 각각 15%와 2% 연차료를 올렸다. 등록 후 첫 연차료 납부시점인 3.5년 기준으로 980달러였던 연차료는 지난해 하반기 1150달러로 인상됐다. 올해 50% 인상되면 1700달러대로 오른다. 인상 배경은 오바마 행정부가 지식재산(IP)을 강조하면서 나온 고품질 특허서비스 제공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과 출연연 등을 포함한 미국 특허 포기율도 2011년 상반기 1%대에서 지난해 10%로 높아졌다.

중소기업 특허 포기는 연차료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규승 마크프로 과장은 “미국 특허 유지비용 부담이 크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고 전했다. 김길해 피앤아이비 대표는 “국내도 아닌 미국 특허를 포기한다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으로 봐야 한다”며 “올 5월 다시 연차료를 50% 올리면 많은 기업이 고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특허로 당장 수익이 발생하면 몇 만 달러라도 연차료를 내겠지만 그렇지 않다”며 “수익 창출까지 길게는 10년을 봐야 하는데 부담이 막대하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출원료와 연차료 보조를 요청했다.

문제는 연차료 인상이 중소·중견기업 글로벌 시장 진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현지 대리인을 통해야만 특허 출원이 가능하다. 최성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특허지원센터 팀장은 “연차료도 부담이 크지만 특허 출원 대리비용 부담으로 출원을 진행하다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이 상황임에도 정부가 나서기 쉽지 않다. 연차료 보조에 나서면 기업은 포기해야 할 특허까지 들고 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홍영 특허청 등록과장은 “해외 출원·등록단계에서 부분 지원은 가능하겠지만 수시로 변동하는 해외 연차료를 정부가 나서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 특허 수수료 납부비용 감면 방안도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않는다.

전문가는 미국 특허는 출원부터 유지까지 상당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기업이 선별할 수 있도록 적절한 평가시스템을 갖출 것을 주문한다. 고충곤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부사장은 “대기업도 매년 평가로 일부 특허를 포기하는데 이 시스템을 중소기업이 채택하기 쉽지 않다”며 “정부는 중소기업이 자체 선별할 수 있게 가치 평가 부분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표】중소기업 미국 특허 포기율 추이(단위:%)

※자료:마크프로글로벌(관리 중소기업 특허 기준)

【표】미국 특허 연차료 인상율 추이(단위:달러)

※자료:마크프로글로벌(올 5월께 50% 추가인상 예정)

"당장 돈 안돼"…한국기업들 결국 '특허 포기'
"당장 돈 안돼"…한국기업들 결국 '특허 포기'

김준배·권동준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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