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61>2013년에는 한 우물 파면서 한 눈도 팔자!

한눈팔기는 마땅히 볼 데를 보지 아니하고 딴 데를 본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서 한 우물 파기는 딴 데를 볼 겨를 없이 오로지 한 군데에 집중하여 자신의 전공을 깊이 파고들어간다는 의미다. 한 우물을 파야 자기 정체성을 찾을 수 있고, 남과 다른 나만의 전공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

일정 기간 한 우물을 파야 우물을 만날 수 있다. 우물을 만나기도 전에 다른 우물을 찾아 나서면 영원히 우물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 우물은 한 동안 파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선물이다. 내가 만난 그 우물 속에서 안주하면 다른 우물이 주는 경이로운 기적을 만나기 어렵다. 한 우물에서는 한 가지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그 우물이 다른 우물과 만나는 순간 우물은 점차 우주의 신비를 풀어주는 물리의 세계로 안내해줄 수 있다.

한 우물 만나기도 전에 다른 물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내가 파는 우물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우물만 파다보면 다른 우물이 있음을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와의 접목 가능성도 놓치기 십상이다. 한 마디로 한 우물만 파다가 답답한 전문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좌정관천(坐井觀天)형 전문가가 되기 십상이다. 한 번 한 우물에 깊이 빠지면 빠질수록 자기가 판 우물 이외에는 다른 우물을 만날 가능성도 적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우물이 존재하는 것조차도 알 길이 점차 없어진다. 한 우물만 계속 파다가 우물이 안 나오는 지점에 다다랐을 경우 마땅히 다른 대안을 구상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너무 깊이 파고 들어가서 옆길로 샐 가능성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우물만 파는 공부를 계속하면 점차 다른 우물을 만날 수 있는 경이로운 기적을 체험하기 어렵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우물이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 내가 발견한 한 우물이 우물 밑으로 흐르는 수많은 물줄기 중에 극히 일부분의 물줄기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은 한 우물의 맛만 알 수 있다. 한 우물에 익숙해진 사람은 다른 우물 맛을 보아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 곳에 길들여지면 다른 곳이 눈에 들어오지 않듯이 한 우물 파면서 자기 전공에 익숙해진 사람은 다른 전공 분야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자세와 태도가 결여되기 쉽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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