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삼수`

“부적격!” “미승인!”

자가혈당측정기를 만드는 아이센스의 차근식 대표(60)가 지금까지 두 번 받은 `상장예비심사` 결과다. 좌절은 지난 2007년 9월 처음으로 겪었다. 당시 유럽·미주 시장 진출에 이어 일본시장까지 수출을 확장하던 차여서 통과를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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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상장 부적격`. 미국 내 우편주문 최대 공급사인 아가메트릭스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게 이유였다. 로슈, 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 혈당측정기 제조업체들과의 경쟁을 위해 투자유치까지 받아내며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이 되레 발목을 잡았다.

이때부터 아이센스는 시장 다변화에 사력을 다한다. 세계 5위 혈당측정기 업체인 일본 아크레이에 공급권을 따내면서 지난해에만 17억원(3분기 말 현재)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뉴질랜드 정부와 오는 2015년까지 3년간 혈당측정기 및 스트립(소모품) 단독 공급계약을 하는 등 다양한 판로 개척에 힘썼다. 첫 상장예심 청구 당시 64%였던 아가메트릭스 관련 매출은 지난해 32.4%로 떨어졌다.

재수는 첫 좌절 후 4년 만인 2011년 8월 치렀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10%대에 올라섰고, 특히 국산제품으로는 최고 판매율을 기록한 만큼 상장을 자신했다. 그런데 이번엔 `송사`라는 복병을 만났다. 한 경쟁업체가 자사의 선행 특허인 `노코딩 기술`을 아이센스가 무단 침해했다며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거래소는 이 소송이 아이센스 영업과 관계가 깊으며, 소송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이유로 또다시 `미승인`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아이센스는 작년 7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승소했다. 자신감을 회복한 아이센스는 곧바로 상장예비심사에 도전, 지난해 11월 삼수 끝에 상장심사를 통과했다.

차 대표는 현직 교수(광운대 화학과)다. 같은 과 동료 교수인 남학현 부사장(CTO)과 의기투합해 지난 2000년 학내 벤처 형식으로 아이센스를 설립했다.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아이센스의 공모가는 공모예정가의 최상단인 1만9000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 수요 예측에는 국내외 총 447개 기관이 참여해 405.8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경쟁률은 2011년 이후 코스피·코스닥 IPO를 통틀어 최고로 기록됐다. 단 한 기관을 제외한 446개 기관이 1만9000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

아이센스는 21·22일 청약을 거쳐 오는 3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다. 총공모 규모는 171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1704억원가량이다. 차 대표와 남 부사장 등 두 교수는 각각 320억원과 158억원의 돈방석에 앉는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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