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잇따른 배터리 화제로 긴급 착륙하는 사고가 일어난 `보잉787` 기종에 대해 잠정 운항 중지 명령을 내렸다. FAA의 발표 후 칠레와 일본, 인도 항공사는 해당 기종의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17일 FAA는 이 기종의 배터리 화재 위험성을 지적하며 해당 기종을 보유한 전 세계 항공사에 운항 중단을 명령했다. FAA가 특정 기종에 대한 전체 운항 중단을 명령한 것은 1979년 이후 34년 만이다.
FAA의 발표 후 칠레와 일본, 인도 항공사는 해당 기종의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칠레 란(LAN)은 보유 중인 보잉787 3대의 운항을, 일본항공(JAL)과 전일본항공(ANA)은 각각 17대와 7대의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인도 국영항공사인 에어인디아도 같은 기종 6대의 운항을 중지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보잉787 기종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7일 일본항공(JAL)의 보잉787 여객기에서는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다. 전날 전일본항공(ANA)의 여객기는 비행 도중 연기가 나 긴급착륙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전지에서 이상이 생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행 중 전지가 탑재된 전기실에서 연기가 나면서 경고 표시가 작동했고, 객실에서는 타는 냄새가 난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전지 과열로 상공에서 전기실에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운수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배터리(전지)에 이상이 발생해 냄새가 났다는 얘기가 있어 주로 그 부분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가 발생하면서 보잉 787에 대한 새로운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보잉 787의 기체를 구성하는 부품의 35%가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쯔 중공업 등 일본 기업 제품이라는 것.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보잉 787기를 `일본 최신 기술의 결정체`라며 `준(準) 국산`으로 취급하고 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