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미래모임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차기 정부조직개편안에 ICT 전담부처가 빠진 것은 아쉬우나, 당선인의 관심이 가장 큰 부처로 간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어떤 세부 역할을 맡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정 교수의 강연 요약이다.
ICT 전담부처 신설이 되지 않아 아쉽지만, 이번 안이 크게 나쁘다고 보기는 힘들다. 새 정부 핵심 부처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세부 역할 분배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전문가들이 좋은 전담조직 포맷을 내놓아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전자정부를 못 내놓는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정보화와 정보보호, 전자정부 역할 모두 전담조직이 가져가야 한다. 지식경제부에서는 소프트웨어 업무와 ICT 산업정책, R&D 기능을 이관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소프트웨어 저작권 업무와 디지털콘텐츠 정책도 이관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ICT 전담조직은 크게 5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콘텐츠와 ICT 서비스, 통신, 방송, 소프트웨어 등 관련 산업 육성이다. 특히 ICT 인프라 고도화는 계속해서 중점 업무가 돼야 한다.
둘째는 IT융합산업 지원이다. 이미 모든 산업에 ICT가 깊숙이 침투했다. 하나의 사례로, 현대차의 전장비중이 2~3년안에 6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에 나온 제품들을 살펴봐도, 조선·의료산업 등 타 산업분야의 ICT 비중은 늘어만 간다. 이 분야에서 ICT 전담부처가 굳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 스마트카, 스마트 선박을 직접 만드는게 아니라 기술 개발과 표준화, 융합 정책 관련 서포팅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ICT 문화 산업 선도가 세 번째다. 정보보호, 정보격차 해소 등 안전하고 건강한 ICT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5년간 이를 맡았던 행정안전부는 소극적이었다. 이를테면 노인인터넷교육에 고작 8억원 지원했다. 당선인이 강조한 민생복지의 가장 중요한 도구가 ICT다.
네 번째는 글로벌 정책변화 주도 역할이다. 국제행사 위주의 협력에서 탈피해 우리나라를 롤모델로 삼는 개발도상국에 ICT 컨설팅·교육지원 업무 등을 확대, 그들을 우리의 글로벌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OECD, APEC 등과도 전담조직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마지막은 미래인터넷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가 글로벌 시장에서 미약한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다. 하드(hard) 산업에서 소프트 산업으로, 소프트 산업에서 문화적 산업으로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이유는 R&D가 부족해서다. 이를 위해선 인력양성도 중요하다. 뒤떨어진 분야에 대해 따라가는 게 아니라 지름길로 앞지르려면 사람 키우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수반돼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이른바 CPND를 반드시 통합 총괄해야 하는 것이다. 애플은 콘텐츠가 없어서 앱스토어를 만들었고, 구글은 단말기가 없어서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기업들도 CPND 통합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진흥 수단으로서의 규제는 전담조직으로 이관하고, 정치적·소비자 측면의 규제 업무만 위원회 조직에 따로 남기는 것이 옳다. 규제와 진흥을 함께하지 않는 부처는 찾아보기 힘들다. `눈에 보이는 진흥`만을 가져온다면 절름발이 부처가 될 것이다.
또 거버넌스는 조직개편만 한다고 확립되는 게 아니다. 부처 간 관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유기적인 조직도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테면 ICT전담부처가 다른 부처에 융합을 위한 ICT 기술과 인프라를 지원할 때 주와 부를 명확히 나누되 부 역할을 하는 부처에 대해서도 명확한 역할과 평가를 줘야 한다.
ICT만을 고민하는 장관이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하지만 현 체제에서라도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