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책]조유식 알라딘 대표

팽이는 지금 수천 년 전의 성인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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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김수영 시집 `달나라의 장난` 중에서

“IT 업계 종사자에게 `인문학`을 권하는 것이 뜬금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인생의 근본 방향을 끊임없이 재검토하는 역할을 해주는 나침반 같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근성과 목적의식`을 일깨워주는 것이 인문학의 가치입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주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습니다.”

4월 혁명 시인 김수영이 다시 살아났다. `잊히지 않은 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조유식 알라딘 대표는 우리의 삶에 김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남 흉내내지 말고 나만의 목소리를 온 몸으로 느끼며 살자`는 것이 김수영이 말하고자 하는 이 책의 메시지입니다. 김수영은 인간의 운명을 `팽이`에 비유하지요. 팽이가 각자 도는 것처럼 홀로 돌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입니다. 내 목소리를 온몸으로 내면서 살아야 인생을 제대로 산다는 뜻이지요.”

조 대표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6년간 다니던 `말`지를 그만두고 1998년 미국에 건너갔다. 그러다 그 해 인터넷 서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시작한지 십여년이 지났다. 알라딘은 회원 수 500만명에 일일 방문자 25만명을 가진 인터넷 서점으로 거듭났다.

“개인도, 회사도 `흉내 내기`에 그쳐선 안 됩니다. 그 회사가 `있으나 없으나` 똑같은 상품을 생산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어려운 과제를 끊임없이 팽이처럼 수행해야 합니다.”

그래서일까. 알라딘은 2008년 국내 대형 인터넷 서점 최초로 온라인 중고 서점을 열었다. 2011년에는 오프라인으로 확대, 현재 전국 8개의 중고 서점을 운영한다. 중고 서점은 2008년부터 연평균 19%의 매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그는 “자가 발전을 위한 동력을 찾기 위해 인문학을 읽는다면 가장 부합하는 책”이라고 자신 있게 권했다. 조 대표는 평소 `김수영`에 대해 4월 혁명 시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고 했다.

“김수영 시인이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더군요. 극적으로 살면서도 자기의 삶이 끊임없이 비루하고 모자라다고 한탄했습니다. 가족과 사는 것조차 시인답지 못하다고 하더군요. 책을 읽고 난 후 인생을 제대로 살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조 대표는 이 책 외에 사노 신이치가 쓴 `손정의`를 권했다. 평전이지만 손정의 가족의 이야기가 있고 무엇보다 작가가 뛰어나며 책이 재미있다고 평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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