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짜석유, 병 주고 다른 약처방

가짜석유를 지하경제 양성화 아이템으로 꼽고 단속을 강화하는 정부와 석유관리원에 대한 석유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높은 유류세라는 가짜석유 발생 유인 요소는 외면하고 업계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처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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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업계는 용제혼합, 등유혼합 등 가짜석유 탈세 범죄가 생기는 근본 원인은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높은 유류세 비중이라고 지적한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판매할 때 유류세 부담이 없는 등유나 메틸알코올·솔벤트·톨루엔·시너 등 용제를 혼합하면 유류세 부분을 고스란히 가짜석유 판매자가 챙길 수 있다. 등유와 용제값을 빼도 기름값의 30~40%가 이익으로 들어온다. 최근 주유소 시장이 포화돼 석유제품 판매량이 줄어 경영이 어려운 주유소 업주 입장에서 볼 때 가짜석유는 큰 유혹이다.

높은 유류세로 가짜석유 유통의 원인을 제공한 정부가 이로 인해 세금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국세청의 탈루 추적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병의 원인을 제공하고선 원인 제거를 고려하기보다 세수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다른 약 처방에 주력하는 것이다.

정부는 정유사와 대리점, 주유소와 소비자 간 거래내역을 하루 단위로 파악하는 `석유수급보고 전산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 석유사업자간의 물량정보 분석을 통해 가짜석유를 적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유류세를 제쳐두고 기름값의 약 10% 미만인 정유사의 정제마진과 주유소 등의 유통마진을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진 유가대책에 시달린 석유업계는 “새해, 정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네”라며 한숨이다. 지난해 석유제품이 수출 1위 품목에 올라서는 등 국가경제에 이바지 한 바가 크지만 비싼 기름값이나 가짜석유 같은 문제가 늘 높은 유류세보다 유통구조에 있다는 정부 지적이 야속하기만 하다.

가짜석유 제조·판매 유도요인이 높은 유류세임에도 이에 대한 조정은 외면한 채 정유사와 대리점, 주유소들의 감시를 강화하는 제도를 새로 도입하려는 정부. 가짜석유 유통을 막아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의지인지, 복지공약에 필요한 세수확보 방안일 뿐인지 의중이 궁금하다. 유류세 인하는 고유가에 시름하는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가짜석유를 근절하는 원초적인 방안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인가.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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