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과기인의 삶과 꿈]임형미 한국세라믹기술원 에코복합소재센터장

15년 전 98년 가을 전라남도. 광주와 순천을 오가는 출퇴근길 가을빛에 익은 논의 벼들을 바라봤다. 내가 배운 지식은 `익어가는 벼 한 톨 만들 수가 없구나` 싶은 자괴감이 들었다. 그 때 나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막 마치고 전남 지역에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

Photo Image

박사 학위 과정 중에 합성된 다공성 소재인 제올라이트 미세기공 내부에 흡착된 제논 기체로 기공 내부 특성 관찰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화학적으로 세라믹 재료를 만들고 그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능성을 부여해 물성을 평가하는 일을 한다.

인공석기라고 불리는 파인세라믹스는 녹슬지 않고 타지 않으며 단단하고 희망하는 형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제2의 석기시대를 예견해 왔다. 실제 우주, 바이오, 전자·통신 기술 발전은 파인세라믹스로 구분되는 소재부품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러나 입사 직전 파인세라믹스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를 가진 것도 아니고 이 장소에서 일하기 위해 긴 시간 꿈꿔 온 것도 아니었다. 한국세라믹기술원에 입사하면서 일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 계속되는 야근과 주말근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하며 앞서 공부했던 것이 어떻게 현장에서 사용되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1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소재가 바로 `산업의 쌀`. 내가 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꿈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고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매년 연구비 범위 내에서 연구 인력을 수급하고 연구원과 함께 많은 실험을 되풀이하며 목표한 성과를 내는 것 그리고 연구결과 홍보를 게을리 하지 않고 전시와 논문 투고를 통해 연구결과물을 공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센터장 업무는 기관 비전을 구성원과 공유하며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호흡을 맞추도록 하는 리더로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산업의 쌀`을 경작하는 농부를 지원하는데 보람과 의미를 찾고 있다. 기술원에 입사한 이후 함께 했던 기업 현장 전문가, 다양한 분야 공동연구자, 12년 주말부부를 마다하지 않고 내 소망을 지지해주고 있는 가족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다.

나는 아직도 꿈꾼다. 건강한 중소기업이 많아져 소재강국으로 자라나는 것. 거기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세라믹분야는 소량 다품종 특성으로 그에 맞는 아이템이 될 것이다. 많은 선배 노고로 여성과학기술인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지난 10년간 더 체계화되고 있다. 사회에서 인식도 확대돼 여성과기인에게 열리는 기회도 늘었다. 이 분야에서 살아갈 미래 이공계 여성이 가슴에 품은 소망을 하나씩 담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았으면 한다.

임형미 한국세라믹기술원 에코복합소재센터장 lim@kicet.re.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