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 장년층 컨설턴트 17명 선발
이건순씨는 지난해 영림원(대표 권영범)이 뽑은 컨설턴트 17명 중 한 명이다. 영림원은 다양한 경력을 가진 퇴직 전문가를 채용해 이달부터 현장에 투입했다. 이들은 영림원에서 전사자원관리(ERP) 전문 컨설턴트로 인생 제2막을 설계한다.

“전 직장에서 상무 직급으로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수행하다가 퇴직 후 1년간 직장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영림원이 퇴직 전문가를 컨설턴트로 채용한다고 해 지원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활용해 가족과 직장에 부끄럽지 않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영림원이 퇴직 전문가를 채용한 것은 그동안 너무 소프트웨어(SW) 개발에만 집중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ERP는 컨설팅 서비스가 뒤따라야만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제품 판매도 늘릴 수 있다. 그런데 ERP 컨설팅은 오랜 경험이 없으면 어려워 퇴직 전문가를 영입했다. 조기 퇴직이라는 사회적 현안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생각도 있었다.
영림원은 지난해 8월 40대에서 50대 초반 장년층 130여명의 입사지원서를 받았다. IT, 프로젝트 관리,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단순히 개발자 출신만 있는 게 아니다.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시스템통합(SI) 개발 총괄, 글로벌 ERP 컨설팅, 그룹 IT총괄, 경영기획,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BPR) 컨설팅 등 우수 경력을 보유했다.
영림원은 1차 서류전형, 2차 적성검사, 3차 면접을 통해 컨설턴트를 선발했다. 이들에게 10월부터 3개월간 ERP 컨설턴트 교육을 진행했다. 매월 교육비 250만원을 지원해 생계 부담을 줄이고 교육에 전념하도록 했다. 과정 수료 후 본인 의사에 따라 파트너사로 창업 지원도 약속했다.
최종 교육을 마친 인력 17명은 1월 1일부로 각 부서에 배치돼 고객 서비스에 투입됐다. 이 건순 컨설턴트는 “20년 넘게 기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석 달 동안 앉아서 교육만 받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또 나이가 많기 때문에 기존 직원들이 어려워할 수 있어 낮은 자세로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림원은 이들이 짧은 시간 내에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평균 업무 경력 25년인 이들의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영림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컨설턴트들도 제2의 인생 설계와 새로운 도전에 즐거워한다.
권영범 영림원 대표는 “이들은 늦은 밤 귀가해 못 다한 공부를 하는 등 젊은 직원들보다 더 열정을 보인다”며 “지난해 영림원이 추진한 일 중 이들을 채용한 것이 가장 보람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경험 많은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