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신설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부처 수싸움이 치열하다. 광화문·과천 등에 있으면서도 삼청동(인수위원회)쪽으로 안테나를 바짝 세웠다.
업무 재배치·흡수통합 등으로 일부 부처는 기능 축소와 최악의 경우 부처 폐지까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11일 시작되는 부처 업무보고에서도 이들 부처는 업무 존속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면서도 필수 보고 꼭지 중 하나인 △불합리한 제도 및 관행 개선 계획에서 기존 업무를 손질하려는 인수위 측의 논리를 적극 방어해야 한다.
◇국가 R&D 밑그림과 국과위 운명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능도 상당부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위원회 존속 자체도 불투명한 이유다.
당선인 공약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가 현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는 물론 범 부처 연구기획과 연구개발예산 배분조정권을 가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역할도 상당 부분 떠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경우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다른 부처의 연구개발(R&D) 예산배분을 담당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해 관계부처가 조정역할을 하는, 즉 선수가 심판까지 보는 상황이 벌어진다. 부처 간 조정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과학기술계는 MB정부에서 어렵사리 획득한 부처 연구개발예산 배분 조정기능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김도연 위원장을 비롯한 국과위 관계자들도 국가 R&D 예산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위원회의 기능에 대한 존속 필요성을 주장한다.
정부조직이 어떤 형태로 정리되든 연구기획과 연구개발예산 배분조정권은 과학기술 쪽에서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기획재정부가 가진 대규모 R&D사업 예비타당성조사 기능을 포함한 미래전략 수립 역할도 과학기술 쪽에서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다.
일부에서는 과학기술 전담부처 신설과 함께 국과위 기능 강화도 주장한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국과위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 범부처 BT, IT, NT 기반 융복합 연구개발 기획 및 조정과 부처별 혁신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도 국과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각 부처 장관급이 위원으로 포함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 격상을 제안했다.
기능도 단위 R&D사업 조정권보다는 대규모 R&D예산 배분·조정권 부여, 미래정책과 녹색성장 등 정책조정 범위 확대, R&D 예산 한도 설정권한 부여, 부처별 R&D 예산규모 및 중점 투자방향 설정 등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직을 지켜라” 총력 방어 모드
지식경제부는 지난 2008년 MB정부 출범 때 가장 큰 수혜 부처로 꼽혔지만 지금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5년 전 부처가 확대된 것과 반대로 `조직 사수`가 지상 과제다.
지경부는 옛 산업자원부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뀔 때 옛 정보통신부 IT 진흥 기능 일부와 우정사업본부, 옛 과학기술부의 산업기술 출연연 및 연구개발(R&D) 기능 등을 흡수했다.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은 이들 조직과 기능을 신설될 미래창조과학부와 신설 검토 중인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에 고스란히 넘겨줄 위기를 맞았다. 지경부 산하 일부 출연연 관계자들을 만나면 소속 부처 이관을 기정사실로 얘기할 정도다.
바깥의 우려와 달리 지경부 내부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지난 5년간 융합 분야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낸데다 무역, 에너지 등 굵직한 기능도 나름 잘 수행했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그간 성과를 감안하면 변화가 있더라도 `축소`가 아닌 `발전적 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지경부 전신 산업자원부 출신인 이현재 의원이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로 활동 중인데다 최근 박근혜 당선인이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강조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지경부는 지난해 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중견기업 정책을 전담하는 중견기업정책관을 신설했다. 지경부는 지난해 연착륙을 거쳐 올해를 중견기업 정책 확대 시행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선인과 인수위 주변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정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니 지경부로서는 반가울 따름이다. 당장 12일로 예정된 인수위 업무보고에도 중견기업 정책 비중이 초안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ICT 전담부처 신설 주장에 대해선 △산업진흥과 서비스 규제 분리 △IT와 타 산업 융합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 △취약 산업 성장기반 구축 등의 논리로 맞설 방침이다.
◇“위원회→부” ICT전담부처 희망가
방송통신위원회는 박근혜 당선인이 당선 이전 사실상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 신설을 약속한 만큼 기대감이 남다르다. 현 정부의 분산된 ICT 거버넌스 병폐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ICT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차제에 ICT 총괄부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방통위는 현 체제로는 박 당선인이 공약한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 강국`과 `이용자 중심의 방송통신`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합의제 구조의 비효율성으로 전략적 ICT 진흥 업무를 추진하는 데 한계에 직면했다는 입장이다. 합의제 기구로는 창조경제 실천의 양대 축인 ICT 발전은 물론이고 다른 산업으로 ICT를 확산하는 게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도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당선인 캠프에서 이 같은 생각이 포함된 몇 가지 안이 마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ICT 전담부처 혹은 전담부서에 대한 당선인의 의지만 남은 상태여서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방통위는 창조경제 원동력인 지식과 창의력을 창출하고,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인프라인 통신과 방송, 정보화는 물론이고 창조·공유·확산의 도구인 콘텐츠와 소프트웨어(SW)도 망라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ICT전담부처 산하에 합의제 위원회를 설치, 방송의 공공성·중립성을 보장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한다. ICT전담부처가 행정 지원을 하되, 독자적으로 의사결정 하는 구조의 합의제 위원회다.
방통위는 ICT가 창조경제 구현의 인프라이자 수단일 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서비스 등 창조경제의 엔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ICT 전담부처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