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빛을 못 보면 소용없습니다. 산업화라는 마지막 단계를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장호남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산업기술 육성이 국가 연구개발(R&D) 전략 중심축 가운데 하나”라며 지속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기술연구회는 산업 기술 분야 14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지원·육성·관리하는 곳이다. 장 이사장은 지난 36년간 KAIST에서 교수 생활을 한 후 지난해 7월 취임했다.
장 이사장은 “논문과 보고서로 소개하는 기술, 특허권을 따내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 마지막 상용화, 산업화로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교수가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열의 아홉은 도움 없이 혼자서 상용화까지 수행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종국에는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장 이사장은 “기술을 개발한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상용화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한 기술 아니냐”며 “마지막 단계까지 힘을 실어주는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기술 출연연이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영역이 크다는 지론도 이 같은 인식에서 출발했다. 장 이사장은 “사실 과거에는 출연연이라고 하면 `돈만 많이 쓰고 성과는 별로 없다`는 얘기를 많이 접했는데 이사장에 취임해 실제 현장을 다녀본 후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고 전했다. 출연연이 중소·중견기업과 활발히 협력하면서 환영받고 있고, 이를 통해 세계 1등 기술 개발 성과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국가 R&D 전략 개편과 관련해서는 산업계 요구를 뒷받침하는 연구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장 이사장은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을 겨냥한 장기적 기초과학 육성도 필요하지만 실제 산업과 경제를 일으키는 산업 기초·원천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 이사장은 “산업 현장의 요구를 충분히 듣고 고민해야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고 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의 연구 내용을 자연스럽게 기업 경제활동과 벤처 창업으로 연결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맞춰 올해 산업기술연구회는 미래 창조경제를 구현하고자 산업 기초·원천기술 기획과 수행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장 이사장은 “창조경제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첨단기술 융합을 활성화하고 세계 톱 클래스 수준 연구에 도전해 창조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