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글 방북 "북한 사기 올려주고 아시아에 잘못된 신호 준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 계획에 대해 미국 정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데 이어 이들의 방북이 북한은 물론 아시아 동맹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P통신은 6일 북한을 압박해야 하는 현 시점에 구글 회장과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방북이 김정은 북한 지도자의 사기를 오히려 올려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어 미 정부로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은 지난해 말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동맹국들과 대북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와 같은 행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미 국무부가 이들의 방북 계획이 발표된 이후 “방북 시점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미국 정부의 메시지는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으며 사실상 불쾌감을 표시한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미 정부는 이들 고위급 인사의 방북이 아시아 동맹국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국무장관 교체를 앞둔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변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게 근거다. 게다가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양국이 향후 엄격한 대북 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지난 4일(현지시각) CBS와 인터뷰에서 “개인적이고 인도주의적 차원의 방북”이라며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시점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최근 북한의 걱정스러운 행동으로 볼 때 오히려 지금이 대화의 적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핵 확산`에 대해 자신도 우려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시점에 이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하고 자신의 방북이 “북한을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방북 일정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이르면 내주 방북할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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