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기 침체에도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첫 8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새해 내수전망이 지난해보다도 불투명해 해외 시장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2일 발표된 완성차 업계 2012년 실적을 종합하면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5개사는 지난해 국내와 해외에서 총 819만6901대를 판매해 전년 775만8596대보다 5.6% 판매량이 늘었다. 5개사 연간 판매량이 800만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판매량은 현대차가 440만1947대로 전년보다 8.6% 성장한 것을 비롯해 기아차 272만753대(7.1%), 한국지엠 80만639대(-0.9%), 르노삼성 15만4309대(-37.5%), 쌍용차 12만717대(6.8%)였다.
총 140만3165대가 팔린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는 66만7777대를 판매해 47.6%를 점유하며 독주했다. 48만2060대를 판 기아차가 34.4%로 2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지엠(14만5702대)이 10.4%로 4년만에 10%대에 복귀했다. 르노삼성(4.3%)과 쌍용차(3.4%)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완성차 업계 실적의 특징은 `내수부진-해외 선방`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내수 판매는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전년보다 4.2% 감소한 140만3165대에 그쳤다. 정부가 연말 극약처방으로 내놓은 개별소비세 인하 카드가 없었다면 실적은 더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해외에서는 679만3736대를 팔면서 판매량이 전년대비 7.9%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내수시장에서 뚜렷한 실적개선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개소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연말 선수요가 몰리면서 올해 판매물량을 가져갔다. 완성차 업계는 개소세 인하 효과가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개소세 절벽`을 방지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는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판매량을 지난해 712만대에서 올해 741만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수 판매량은 사실상 동결하고 해외 판매량을 26만대 이상 늘리기로 했다. 한국지엠과 쌍용차도 각각 해외판매 확대 방침을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개소세 정책 종료 이후에는 당분간 판매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차 및 주력 차종을 중심으로 내수 판매 견인에 힘쓰는 한편 수출 확대 노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회장은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이 지난해보다 3~4% 증가한 8200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곤 회장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인도, 중동, 동남아시아 시장은 성장하겠지만 유럽 시장은 3%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