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닫힌 애니메이션 투자 빗장이 열린다. 정부는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투자조합 결성에 대기업의 투자 참여를 허용해 시장 규모를 키울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결성하는 애니메이션 투자공제조합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신규 조합 구성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2일 밝혔다.
애니메이션 투자공제조합이란 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 모금하는 일종의 투자펀드다. 지금까지 정부와 관계기관은 투자조합 결성에서 대기업 참여를 제한했다. 대기업 허용은 올해 100억원 규모로 결성 예정인 첫 공제조합부터 적용한다.
최근 몇 년간 `뽀로로` `로보카 폴리` 등의 흥행 성공으로 창작 열기가 뜨겁지만 정작 제작펀드 구성에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애니메이션 제작기업이 워낙 영세해 투자 여력이 부족한데다 벤처캐피털 등 창투사들도 긴 투자회수 기간과 낮은 수익성에 참여를 꺼린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오히려 대기업 지분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지난해 투자조합 결성 실패도 대기업 참여 문턱을 낮추게 한 배경이다. 원용기 문화부 콘텐츠정책관은 “당초 애니메이션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와 민간 중소기업이 공동 투자하는 공제조합을 조성했지만 대기업 투자 제한과 시장 침체가 맞물려 지난해 결성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한 편이 시장에 나오려면 최소 3년 이상의 제작기간과 수십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를 감내할 투자자가 부족한 형편이다.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면 애니메이션산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원 국장은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극장 상영이나 TV 방영 등에 머물지 않으며, 캐릭터와 출판까지 연결돼 파급력이 상당히 크다”면서 “대기업이 참여하면 기획단계부터 마케팅, 전략에 이르기까지 산업 규모에 걸맞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창작 열기가 개선된 것도 활성화를 기대하는 이유다. 박병우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지난해 애니매이션 수출 1억달러 가운데 60%가량이 창작품에서 이뤄질 정도로 하도급에서 창작으로 풍토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수출 추이 (단위:백만달러)
자료:문화체육관광부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