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2년 주요 선진국에서 디지털TV로의 전환이 마무리되면서 UHD TV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UHD(Ultra High Definition) TV는 HD급 화질 대비 네 배 선명한 해상도의 비디오와 10채널 이상의 다채널 오디오로 소비자들에게 초고품질의 영상과 음질을 제공하는 차세대 TV다.
UHD TV는 대형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화질 저하 인식으로 인해 HD급 이상의 초고해상도의 화질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 8월 LG전자가 84형 UHD TV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13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OLED TV와 함께 차세대 TV로서 UHD TV가 혁신제품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특히 한국-일본-중국 업체간 UHD TV 신제품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TV업체 뿐 아니라 각국 정부는 UHD산업을 핵심 차세대 방송으로 설정하고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정책과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 UHD TV 시장이 연평균 33% 성장해 2016년 171억달러, 2020년에는 557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OLED TV에 밀린 일본 업체들은 전자왕국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UHD TV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가 84형 UHD TV를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출시하자 곧바로 10월에 소니도 같은 크기의 UHD TV를 출시했다. 지난 10월부터 KBS에서 시험방송에 들어갔지만, 일본 NHK는 1995년부터 UHD용 콘텐츠 제작을 준비해왔고, 소니는 제품뿐만 아니라 UHD 영상 압축기술을 공개하며, 영상·콘텐츠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국내 UHD TV산업은 TV와 셋톱박스 등 단말기를 위주로 개발하고 제작과 송출 분야 등은 취약한 상태지만, UHD TV 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주저해서는 일본업체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정부와 TV제조사, 방송사, 콘텐츠업체 간 유기적인 협력으로 UHD TV산업의 기초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상품화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다행히도 LG전자가 84인치 UHD TV 출시를 계기로 국내 방송서비스와 콘텐츠사업도 활성화되고 있다. UHD TV 방송서비스는 단계별로 전략을 수립해 속도를 내고 있다. 1단계로 2009~2011년까지 전송표준 및 부호화 표준기술 개발 등 UHD TV 기반기술 연구가 진행됐고, 2단계로 2012~2015년까지 UHD TV 방송규격 표준을 정립하고, 2016년부터는 국제표준을 선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UHD TV용 콘텐츠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 14일 LG전자와 KBS는 UHD TV용 다큐멘터리 공동제작 및 콘텐츠사업 제휴계약을 맺고 UHD 콘텐츠 확산에 본격 나섰다.
국내 TV제조사는 UHD TV 시장이 내년 CES 전시회를 계기로 개화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시장 조기 활성화와 해외시장 선점을 위해 전략적인 제품 개발을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 TV제조사는 평판TV 시장에서 `추종자 전략(Fast Follower Strategy)`으로 빠르게 성장해 일본업체를 누르고 세계시장에 우뚝섰다. 하지만 국내업체가 주도하는 OLED TV와는 달리 차세대 UHD TV는 일본과 중국업체들의 거센 공격이 예상된다. 특히 TV 시장 주도권을 뺏긴 일본이 UHD 기초기술력을 앞세워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차세대 TV 시장을 선도할 `시장선점전략(First Mover Strategy)`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UHD TV 제품과 방송, 그리고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 평판TV에 이어 초고화질 UHD TV 시대에도 국내업체가 세계시장을 선도해 나갈 때다.
권희원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사장) havis.kwon@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