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에 주춤했던 경상수지 흑자 폭이 9월에 다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내수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지만 견고한 수출은 우리 경제를 이끄는 힘이다. 유럽발 재정위기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출에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출 품목의 다변화와 중소기업의 수출량 증대 등 수출의 `질`도 생각해 볼 때다.
반도체, 휴대폰, 조선을 비롯해 몇 몇 대표 품목과 대기업 위주의 수출 육성 정책은 양적인 측면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우리나라 수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더 많은 중소기업이 든든한 뿌리가 돼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경쟁력 향상과 함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력이 좋아도 경험과 규모, 인지도에서 밀리는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려고 할 때는 다양한 장벽을 만나게 마련이다. 그 가운데서도 각 나라의 정부가 제품 시험 및 인증 형식으로 세워둔 `기술적 장벽`은 가장 초기에 넘어야 하는 장벽 중 하나다.
인증 절차가 순조롭고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제품의 출시가 늦어질 수 있고, 이는 제품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인증 절차들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각 국가는 지속 가능성과 환경 등을 고려해 새로운 규제와 인증 절차를 점차 늘리고 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으로 수출할 때 필요한 인증을 받는 것은 상당히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 소요도 많다. 중국 또한 무분별한 수입을 막기 위해 자국의 규제와 인증 절차를 점차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각 나라 업계마다 인정하는 인증이 천차만별인 점도 중소기업이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다. 예를 들면 업계와 제품에 따라 수입 국가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일도 있는 반면에 어떤 때는 수출국의 인증을 그대로 받아들일 때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지난 15년간 수출 기업의 인증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일례로 중소기업청과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해외규격인증획득지원 사업은 1998년에 시작돼 지난해까지 총 3만9000여개 기업을 지원했고, 수많은 수출기업이 성공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수출을 앞둔 중소기업이 인증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실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국내 한 자동차 내비게이션 업체는 2010년 중소기업청 해외규격인증획득지원 사업에 참여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 인증 등을 따면서 2억2000만원에 불과했던 수출액이 33억원까지 늘었다.
한 의료용품 업체도 해외규격인증획득지원 사업을 통해 인증을 받으며 120억원의 수출액이 230억원으로 배 가까이 뛰었다. 국내 엔진세정제 시장점유율 95%를 차지하고 있는 한 자동차 용품 생산업체도 국제 인증을 획득하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해외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기획 초기부터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나 민간기관의 서비스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정부에서도 국제 규제와 인증에 대한 기업의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와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기본 원칙이 있다. 바로 인증절차에 대한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영광 원전 5, 6호기 구매 물품의 품질 검증서 위조 사건이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인증 절차 보다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
김두일 티유브이슈드코리아 사장 josef.kim@tuv-su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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