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1일, 분당 수서 간 고속화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대형사고가 났었다. 깜빡 졸았던 모양이다. 차는 전복된 데다 차 앞은 중앙분리대와 부딪치면서 거의 파괴됐다. 나는 죽음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가장 심각하게 다친 부분이 갈비뼈라서 흉부외과 의사가 주치의로 선정됐다. 갈비뼈가 부러졌기 때문에 딱딱한 침대 위에 똑바로 드러누워서 한동안 지냈다.
그런데 이상하게 왼쪽 팔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파서 흉부외과 의사에게 이야기했다. 팔은 정형외과 의사가 진단해야 알 수 있으니 협진을 요청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여러 날이 지나도 정형외과 의사는 오지 않았다.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겨 통증이 있는 팔 부위를 엑스선 촬영한 결과 왼쪽 팔이 부러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병원에 입원한 지 약 2주 만에 팔이 부러졌음을 알게 된 것이다.
갈비뼈와 목뼈는 물론이고 이제는 팔뼈가 아파서 통증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목뼈를 전공하는 의사는 신경외과 의사다. 신체 부위별 뼈를 전공하는 의사는 전공별로 나뉘어 있지만, 뼈와 뼈 사이에 존재하는 사이 뼈를 전공하는 의사는 없다. 갈비뼈와 팔뼈 사이, 팔뼈와 목뼈 사이가 아파도 그 사이를 전공하는 의사는 없다. 환자 몸은 구석구석 아프지만 의사들은 각자 전공에 해당하는 부위만 진단하고 처방한다.
이런 현상이 바로 각자 맡은 전공 분야만 알고 다른 전공 분야에는 아예 관심이 없거나 전공과 전공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몰라서 나타나는 심각한 폐해가 아닐까. `통증(痛症)`은 `통(通)`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전문가와 전문가 사이가 통해야 소통(疏通)이 되는데 통하지 않으니 불통(不通)되고 통증(痛症)이 시작된다.
의사가 자신이 맡은 부위를 성공적으로 수술하려면 당연히 그 사람의 몸 전체 상태를 점검하고 수술하려는 부위와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는 다른 전문의와 긴밀한 소통이 필수다. 전공 의사 간 의사소통 단절과 부재는 환자의 아픔을 낳는다. 전공 영역의 깊은 지식과 노하우로 수술에 성공했지만 또 다른 몸 부위를 전공하는 전문의와 소통 단절이나 인접 부위 전공에 깊은 관심이 부족하면 결과적으로 수술을 받은 사람이 심한 고통을 호소할 수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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