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5일. 온 국민의 시선이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로 쏠렸다. 역사적인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발사된 시간은 오후 5시. 카운트다운과 함께 나로호는 발사됐고 54초 후 음속을 돌파했다. 그러나 상단부 페어링 이상으로 과학기술위성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데는 실패했다.
10개월 뒤인 2010년 6월 10일, 나로호가 다시 발사대에 섰다. 5시 1분께 카운트다운과 함께 로켓이 굉음을 내며 발사대를 힘차게 박차고 하늘로 솟아오르자 온 국민은 환호했다. 발사 성공의 기대감도 잠시, 불과 130초 만에 통신이 두절되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결국 추락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환호는 한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2012년 11월 29일, 나로호가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사람들은 엄청난 실패를 맛본 뒤에 그 구렁텅이를 빠져나온 성공담을 좋아한다. 어떤 일이든 실패 없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실패 그 자체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단순한 실수`로 인한 실패에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일본 문학가 무라카미 류도 “뭔가 배울 수 있는 실패는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에 온 힘을 다해 매달렸지만 지식이나 경험, 정보가 부족해 실패했을 때뿐”이라고 말한다.
나로호 프로젝트는 2002년 8월에 시작됐다. 목표는 100㎏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우주발사체 개발. 이후 10년이 흘렀다. 나로호는 1, 2차 발사 모두 실패했다. 실패 책임을 지고 관련 기관장이 물러났다. 그러나 우주강국의 꿈은 버리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땀을 쏟고 눈에 보이지 않는 눈물도 흘렸다. 이런 아픔을 딛고 나로호는 세 번째 발사에 도전한다.
나로호가 다시 발사대에 서는 29일, 서울에서는 `2012 글로벌 벤처창업 콘퍼런스`가 열린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열정, 그리고 꿈`. 이날 행사의 핵심 키워드다. 기조강연에 나설 데이브 매클루어 500스타트업 대표는 창업가가 대기업과 경쟁에서 실패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대기업은 스타트업만큼 민첩하거나 열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사업이 구체화할수록 걱정과 두려움이 늘어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성공 확신과 열정이 식거나 꺾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기조강연자 존 라거링 구글 글로벌파트너십 이사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꿈·열정 사이의 균형`을 스타트업 성공 키워드로 꼽는다. 팀·기술·자본 등 막연한 해답을 제시하던 기존 스타트업 전문가와는 다른 답변이다. 라거링 이사는 “작은 실패든 작은 성공이든 자신이 직접 몸으로 겪지 않으면 결코 큰 성공을 할 수 없다. 재능 유무를 떠나 현장 경험과 실패에서 배우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우리는 크든 작든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기업도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다. 실패를 딛고 일어선 기업이 더 큰 성공을 일궈낸다. 쉽게 얻은 성공은 오히려 쉽게 사라진다. 성공한 기업가는 타고나는 것인지 만들어지는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있다. 수준 차이는 있지만 결국 성공 기업가는 실패 경험을 거쳐 탄생한다는 것이 매클루어 대표가 제시한 답이다.
우주를 향한 도전은 인간의 오랜 꿈이자 숙원 과제다. 나로호의 세 번째 도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마지막일 수 없는 이유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나로호가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치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부디, 성공했으면 좋겠고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
주상돈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