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열고 어디까지? 벤츠 SLS AMG 로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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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는 포뮬러원 경주에서 파트너였던 맥라렌과 협력해 2003년 수퍼카 `SLR 맥라렌`을 탄생시켰다. 벤츠는 그 이후 맥라렌과의 결별하고 자회사 AMG를 통해 후속 스포츠카 `SLS AMG`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SLS AMG`는 카리스마나 디자인, 희소성 면에서 SLR 맥라렌보다 못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진화와 확장을 거듭하며 벤츠의 자존심을 두텁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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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R 맥라렌이 1955년의 벤츠 300SLR 경주용차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SLS AMG는 1954년에 나온 전설적인 명차 300SL의 부활을 연상케 한다. 이들은 모두 갈매기 날개처럼 하늘을 향해 열리는 `걸윙 도어`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옆으로 열리는 일반 도어를 가진 `SLS AMG 로드스터`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SLS AMG 로드스터는 쿠페 버전의 알루미늄 지붕 대신 여닫을 수 있는 천 재질의 지붕을 달았다. 세 겹 구조로 밀폐성을 높인 지붕은 좌석과 트렁크 사이 공간에 절묘하게 접혀 들어간다. 접힌 부분들을 지붕 윗부분이 커버처럼 덮으면서 차체 표면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11초 만에 작동을 끝내는 이 소프트 톱은 하드톱에 비해 조용하고 빠르며, 가볍고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지붕을 접건 말건 트렁크 용량은 쿠페와 별 차이가 없다. 눈에 보이는 천장 앞부분이 단단한 재질로 되어 있다. 지붕을 닫고 실내에 앉아 있으면 영락없는 쿠페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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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보다 나은 점 중 하나는 차체가 한결 넓고 낮고 늘씬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로드스터가 아니더라도 SLS AMG는 300SL을 닮아 앞이 길고 뒤가 짧아 운전석이 뒤로 쏠린 독특한 비례를 유지했다. 긴 보닛은 안에서 보나 밖에서 보나 넓고 평편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 숨 쉬는 엔진은 뾰족한 화살 모양으로 도사리고 있다. `우당탕탕`하며 낮게 울려 퍼지는 배기음은 박력이 넘친다. 한참을 으르렁 거리다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는 팝콘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지붕을 열고 달리면 보통 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속도의 쾌감이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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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G의 장인이 1인 1엔진 방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한다는 6208cc V8 엔진은 6800rpm에서 571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듀얼클러치 방식인 `AMG SPEEDSHIFT DCT` 7단으로 레버 형상과 작동 방식이 독특하다. SLS AMG 로드스터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3.8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시속 317㎞이다. 시속 360㎞까지 표시된 속도계가 암시하듯, 어지간한 속도에서는 실제의 절반 정도 밖에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구불구불한 커브라 할지라도 끝을 알 수 없는 그립과 추진력으로 붙어 돌아나간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는 일반 도로에서 사용하기가 황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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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와 서스펜션은 간단히 버튼을 누르거나 다이얼을 돌려 설정을 바꿀 수 있는데, 가장 무난하고 편한 쪽을 택하더라도 여느 벤츠 AMG 세단의 스포츠모드보다는 불편하다. 오직 달리기 성능을 위해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까지 채택한 스포츠카에게서 편안함을 찾는 것은 무례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온갖 전동 조절 장치와 호화로운 오디오 시스템, 카본과 가죽으로 마감된 고급스러운 실내에 젖다보면 무리는 아니다. 이 차에는 장거리를 고속으로 편안하고 럭셔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그랜드 투어러(GT)의 성격이 짙게 배어있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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