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가전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카드로 `빌트인`을 뽑아 들었다.
빌트인은 로컬 브랜드 입김이 강한 시장을 공략할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영업 형태로 꼽힌다. 기업 간 거래(B2B)인 빌트인 대응을 강화해 단번에 여러 제품 점유율을 함께 끌어 올리는 접근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빌트인가전 사업을 유럽 중심에서 미국, 아프리카, 동남아로 확대한다. 오븐과 쿡탑, 후드, 식기세척기를 포함한 빌트인 풀라인업도 확보했다. 2015년까지 모든 가전 제품에서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단품 소비자시장(B2C)은 지역별로 월풀, GE, 보쉬, 일렉트로룩스와 중국업체가 견고하다. 빌트인은 초기 시장을 개척하기 어렵지만 성과가 나기 시작하면 단번에 여러 제품의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주택용품 유통업체 홈데포와 제휴를 타진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지에서 2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가정용 건축자재와 인테리어 제품 전문업체와 연계해 `빌트인 가전` 사업을 키우기 위함이다. 이외 다양한 B2B 가전 확대 전략을 타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시장 1위에 올라있는 대형 광고판·인테리어 조형물 중심의 대형디스플레이(LFD) B2B사업 경험을 가전분야로도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외 주요 가구·건설업체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하우젠갤러리` 같은 체험형 공간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주 뉴욕 `아트앤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린 `홈 디자인 라운드 테이블`에서 빌트인 가전 시리즈인 `LG 스튜디오`를 전시했다. 미국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시장 분석가 들이 모이는 주요 행사참여로 북미 빌트인 시장 확대를 노린다. 24인치급 고효율로 미국 내 인증 `에너지스타`를 획득한 양문형 빌트인 냉장고와 매직스페이스를 탑재한 프렌치도어 냉장고가 주목을 끌었다는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양문형냉장고와 콤비(냉장+냉동)냉장고, 식기세척기, 오븐, 가스쿡탑, 와인셀러까지 모두 확보했다”며 “주방가구 전문업체 한샘과 제휴를 맺었고 빌트인 가전 전용 매장인 `디오스인갤러리`도 운영하는 한편, 외국 프리미엄 가전 바이킹과 협력도 확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빌트인 시장 규모는 연간 450억달러 규모다. 유럽이 220억달러로 단일 시장으로는 가장 크다. 이어 미국 100억달러,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100억달러, 기타 30억달러 수준이다. 중동 등 신흥 시장의 성장기대도 높다.
가전유통업계 관계자는 “세계시장에서 삼성과 LG가 냉장고, 세탁기 등에서 고루 상위권 올라 있지만 그 점유율은 10~20% 수준”이라며 “B2C외에 빌트인 전략 강화로 대규모 계약을 노리는 것”으로 진단했다.
양사는 우리나라 빌트인 시장에 대한 기대도 높다. 건설 경기가 좋지 않지만 2000년대 초반 확산됐던 빌트인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제품 교체주가가 도래했다. B2B 이외에 자신만의 특화 가전제품을 원하는 프리미엄 고객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다.
표1. 글로벌 빌트인 가전시장 규모 추정
*자료:업계. 전체 가전시장의 22% 수준
표2. 국내 빌트인 가전시장 전망
*자료:업계. 2007년 이후 침체기 거쳐 내년부터 본격회복 예상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