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은 군대와 비슷하다.”
13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K-Tech 2012 채용박람회`에서 열린 해외인재간담회에 참석한 유학생의 말이다. 사명감으로 일해야 하는 측면에서 한국기업과 군대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생은 “실리콘밸리에서 공부하거나 근무하는 한국 인재들은 조국과 같이 발전하고 싶은 욕구가 분명히 있는데 대우를 놓고 보면 하는 일과는 너무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군인의 실력이나 임무 수행능력은 뛰어나지만 대우나 인식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형진(링크드인 근무) 씨도 연봉 등 표면적인 조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엔지니어 인정(신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군대에서 이등병이 자신 의견을 피력하기 어려운 것처럼 한국기업에서 입사 1년차가 독자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놓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자신이 근무하는 링크드인은 입사한지 1년 밖에 안됐지만 직접 전체 프로그램 개선작업에 참여, 현재 프로그램이 운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재민(스탠포트 기계공학 박사과정)씨는 한국과 미국의 엔지니어를 `갑을` 관계로 표현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엔지니어가 을(정해진 스펙에 따라서 코딩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곳(실리콘밸리)에서는 엔지니어가 갑이고 나머지 프로덕트 매니저나 다른 사람들은 이를 도와주는 역할(을)”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세계적인 소프트웨어는 나올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참가자는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으로 `핵(hack)` 문화를 꼽았다. 그는 “한국과 미국에서의 핵은 의미가 다르게 쓰이는 것 같다”며 “여기서는 회사에서 `핵 데이(hack day)`를 개최해 여기서 나온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회사는 이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키워간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런 경우를 통해 세계적 프로그램이 많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런 비판에 대해 김희승 삼성전자 부장은 “좋은 인재 유치를 위해 음주문화 개선, 자율 출근제, 인문학 교육 등 한국 기업문화도 많이 바뀌고 있다”며 “일과 일상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고 삼성전자의 경우 사장의 90%가 이공계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안치의(스탠포드 전자공학)씨는 “엔지니어의 생각과 주도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원천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정부나 기업이 환경만 베끼려고 노력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모아 한국이 해외 우수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는 근본적인 기반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미국)=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