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친환경 시장 `에코디자인`이 연다<7회>일본의 에코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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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즈쿠리`라는 말이 있다. 물건을 뜻하는 모노(物)와 만들기라는 뜻을 가진 즈쿠리(作り)의 합성어로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 또는 `장인정신`을 뜻하는 단어다. 제조업이 강한 일본 기업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된 말로 일본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단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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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일본 에코디자인 관련 기관, 단체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와 일본전기공업회(JEMA) 관계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모노즈쿠리는 에코(ECO)의 영역까지 스며들었다. 일본이 제조하는 제품은 우수한 성능은 물론이고 친환경 특성까지 갖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우수한 점을 배우고 부족한 부분은 타산지석으로 삼는 자세가 에코디자인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에코디자인의 기본 `3R`

일본은 재활용에서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정책과 문화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은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자원순환형 사회 실현을 위해 `3R`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에코디자인의 기초가 됐다.

한국은행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2000년 이후 폐기물의 원천적인 발생 억제(Reduce), 자원의 반복적인 재사용(Reuse), 자원의 재생활용(Recycle)이라는 3R 중심의 법률 기반을 정비했다. 생산·소비 등 경제순환 전 과정에서 자원소비를 억제하고 환경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3R에 의한 순환형 사회의 기본 개념이다.

이 같은 개념 아래 일본은 3R를 뒷받침하는 법률을 정비했다.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는 폐기물처리법, 자원절약과 재활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원 유효이용 촉진법은 물론이고 개별 물품의 특성을 고려한 재생법 등을 제·개정했다. 3R 촉진을 위해 정부기관이 재생용품 등을 적극 조달하도록 하는 법률도 시행했다.

순환형 사회 실현을 위해 지역별 추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일본은 지역별 3R 순환체계를 구축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에코빌리지 조성으로 은퇴 고령자와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구상으로 3R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2005년에는 지역별 순환형 사회 구축을 위한 계획 수립과 실천·평가 지원을 위해 순환형 사회 형성 추진 교부금 제도를 만들고 87개 지역별로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3R는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일본의 기업·금융기관은 3R가 원가절감과 기업 이미지 제고에 크게 도움이 되고, 환경산업의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해 정부 정책 추진에 적극 동참했다.

기업들은 에코디자인 등 다양한 3R 개념을 경영에 도입했다. 업종별 단체들은 제품의 에코디자인에 자체 평가기준을 마련해 기업을 뒷받침했다. 금융기관도 환경 관련 금융상품을 개발해 지방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민관의 노력에 힘입어 일본의 환경 관련 주요 지표는 크게 개선됐다. 폐기물의 재활용률이 꾸준히 상승했으며 최종 처분량이 줄어들었다. 일반폐기물은 1988년 약 1700만톤에서 2003년 약 850만톤으로 줄었으며 산업폐기물은 9100만톤에서 약 3000만톤으로 대폭 저감됐다.

◇에코디자인에 국경은 없다

전기·전자제품 강국이라는 동질감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은 에코디자인 정책·정보교류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일본전기공업회(JEMA)와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JEMA는 261개 회원사를 두고 있으며 전기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책 입안, 에너지·환경·가전의 제품안전 정책 의견 제시, 국가 차원의 기술 연구개발 협력·지원 등을 담당한다.

지난 2008년 KEA는 JEMA와 양해각서를 교환한 후 매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번갈아가며 교류회를 개최하고 있다. 양국 전기·전자·IT산업 동향과 녹색정책 등을 공유하고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자리다.

지난달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5차 교류회에서 JEMA 관계자들은 전자정보통신산업대전을 관람하는 한편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방문했다. JEMA는 일본의 소형가전 리사이클 제도와 제품 어세스먼트(Assessment) 등을 소개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환경부는 일본 `중소기업 에코디자인 촉진 프로젝트`와 연계해 일본 지도사 활동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일본의 산업환경관리협회(JEMAI)와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워크숍에서 국내 기업들은 일본 지도사로부터 에코디자인 자문을 받았다. 일본의 프로젝트 추진 현황과 성공사례 등을 공유해 국내 에코디자인사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환경부는 일본에코디자인촉진네트워크(EcoDenet), 국제녹색상품구매네트워크(IGPN) 등 주요 에코디자인 추진기관과 협력해 일본 선도기업의 최신 에코디자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EcoDenet은 일본 산학연 소속 에코디자인 전문가 60여명으로 구성된 민간 협의체로 정기적인 비공식 모임에서 기업별 에코디자인 추진현황을 공유하고, 국제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에코디자인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인터뷰// 야마기와 야스유키 도쿄조케이대학 조형학과 교수

“에코디자인을 위해서는 조립성과 분해성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야마기와 야스유키 도쿄조케이대학 교수는 제조기업들이 제품의 조립성과 분해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진정한 에코디자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소니에서 제품환경글로벌본부 부장으로 근무했던 야마기와 교수는 현장경험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조립성·분해성 설계(Assembly Disassembly design)`라는 책을 출간했다.

조립성과 분해성은 각각 조립하기 쉽고 분해하기 쉬운 성질을 뜻한다. 야마기와 교수는 조립성이 제품의 원가절감과 제조 자동화를 위한 설계방법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제품설계, 제조 등의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분해성은 재활용·재사용 등을 위한 설계방법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이다.

야마기와 교수는 “지금까지 원가절감과 재활용을 위한 제품설계 방법을 제시한 사례는 많이 있었지만 대부분 체계화되지 않아 기업의 기술자가 직접 제품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난해 책을 발간한 것은 조립성과 분해성을 바탕으로 제품설계 방법을 체계화해 실제 제품 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처음 조립성 개념이 나온 것은 제조공장이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하고 공장에 로봇이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제품 개발단계에서 생산성을 고려한 설계의 필요성이 대두됐으며 해결방법의 하나로 조립이 쉬운 설계, 즉 `조립성 설계`의 개념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조립성 설계는 이후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후 해외 제조공장의 비율이 국내를 넘어섰을 때 재활용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 과정에서 분해성 설계가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야마기와 교수는 “제품을 분해하기 쉽게 설계한다는 이제까지는 없던 발상은 자원순환에 있어 큰 영향을 끼쳤다”며 “지금까지도 분해성 설계는 재활용은 물론이고 유지보수와 제품 업그레이드 등 자원순환형 제품 개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중소기업 에코디자인 촉진 프로젝트`

중소기업은 재원·인력이 부족해 에코디자인 도입이 쉽지 않다. 일본은 지난 2006년 `중소기업 에코디자인 촉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프로젝트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수행한 전 과정평가(LCA) 범국가적 프로젝트의 후속과제로 추진됐다. LCA 프로젝트는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전과정 영향평가 방법 개발, 전기·전자·자동차 업계 대상 LCA 보급 활성화 유도 등을 수행했다.

일본은 촉진 프로젝트로 에코디자인 워크숍·세미나 개최와 전문 지도사의 기업현장 파견 등을 수행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개별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기업 LCA 평가결과를 검토했다. JEMAI는 환경인재육성센터를 통해 `산업계 제품환경 실무 전문가 양성`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제품평가 매뉴얼 및 에코디자인 도구를 활용한 기업의 에코디자인 적용 프로세스` 등에 대한 전문 지도사를 양성했다.

품질환경기능전개(QFDE)와 LCA 등을 활용해 기업 제품 환경성과를 평가하는 한편 개선작업을 지원했다. 2006년부터는 준정량적 체크리스트 항목을 비롯해 환경성 평가 및 프로세스 적용기법을 포괄하는 `에코디자인 제품 평가 매뉴얼`을 개발·보급했다. 이듬해부터는 QFDE 등 에코디자인 도구를 개발·보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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